상상하는 만큼 보여지는 글자 없는 책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09 | 글, 그림 이수지
연령 4~8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7월 9일 | 정가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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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면서 그림책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아이들 책이지만 어른인 저에게도 웃음을 주고, 행복을 주고, 감동을 주고 때로는 깨달음을 주기도 해서 아이들과 매일 매일 그림책을 보는 것이 다람쥐 체바퀴 돌듯 흘러가는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어요. 작년 이수지 작가님의 <파도야 놀자> 책을 만나고 한순간 띵했어요. 아이에게 어떻게 읽어주어야 할지 몰라서요. 글자 없는 책을 그때 처음 접해서 글자는 없고 그림만 가득한 책이 저에게는 조금 부담이었어요. 아이는 글자 없는 책이 신기했는지 “엄마, 글자가 없어.” 하며 “와, 바다다. 새다. 아이가 파도랑 놀아.” 하며 연신 말을 쏟아냈어요. 멍하니 그림만 쳐다보던 저는 아이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책 속에 나오는 아이의 행동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재미있는건요. 제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때마다 매번 다르다는거예요. 다른 글자 있는 책처럼 책에 쓰여진 글자를 그대로 읽는게 아니라 그림을 보고 그때 그때 생각에 따라 읽어주다보니 스토리는 하나라도 읽을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더라구요.  그 이후로 몇권의 글자 없는 책을 보고 이번에 이수지 작가님의 <그림자놀이>를 만나게 되었는데 엄마의 상상력이 부족해서일까요 아직도 글자 없는 책은 적응하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네요^^;

까만 면지에 딸깍! 글자가 있고 다음장에 박스 위에 올라서 있는 여자아이가 한손에는 사과를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전등불을 켜는 줄을 잡고 있어요. 아이 주위로는 사다리, 호스, 톱, 망치, 청소기, 자전거, 빗자루 등이 있는데 물건들로 보아 아이가 있는곳은 창고 같았어요. 불을 켜고 박스 위에서 내려온 아이가 바닥에 무언가를 보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어요. 아이가 본 것은 그림자였어요. 먹던 사과를 내려놓고 쪼그리고 앉아 손으로 무엇을 만드는 아이. 책이 접히는 부분을 경계로 위쪽은 아이가 있는 현실, 아래쪽은 그림자가 있는 상상인데 아이는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그림자놀이에 빠지게 되어요. 아이가 손으로 만든것은 새인데 팔을 쭉 뻗어 새를 하늘로 날려보내고 어느새 낡은 장화를 이빨 뾰족한 여우가 되어 펄쩍 뛰어오르고 있어요. 이렇게 아이는 여우가 되기도 하고, 우아한 발레리나가 되기도 하면서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그림자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요. 분명 그림책인데 그림 속에서 아이와 동물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것만 같았어요.

아이는 엄마의 “저녁 먹자!” 소리에 현실에 돌아오는데 창고는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듯 난장판이 되었어요. 아이가 그림자 친구들과 한바탕 신나게 논 결과물인거죠. 아이는 활짝 웃으며 손으로 빠이 빠이!…딸깍! 불을 끄네요. 아마도 그림자 친구들에게 하는 인사겠죠. 그림자 친구들은 아이가 또 와서 자기들과 놀아주기를 기다리겠죠.

글자 있는 책에 익숙한 엄마와 아이들에게 글자 없는 책은 당황하게 만드는것 같아요. 특히 엄마들에게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책을 어떻게 읽어주어야 할지 몰라 망설이게 되는데 그러면 안되는것 같아요. 책 그대로 글자 없는 책이니 정답이 없잖아요. 제가 몇권의 글자 없는 책을 보면서 느낀건 글자 없는 책은 상상하는만큼 보여진다는거예요. 상상없이 단순히 그림만 보고 이야기하면 아이도 엄마도 재미를 느낄수 없더라구요. 아이가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엄마도 상상의 세계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요. 그러면 더 멋지고 재밌는 이야기를 만날수 있을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