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하지 않음으로서 얻게 된 것들.

연령 10~13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7월 30일 | 정가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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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그랬다. 아기 때에는 잘도 어울려 놀다가도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동시에 생기는 뭔지 모를 그 막! 남자와 여자라는 선을 그어놓고 ‘그들보다 더!’라는 경쟁심 구도를 펼치는 거다. 언제 그 유치한 막이 호기심으로 바뀌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동화책 속 ‘쿠티’라 불리는 이 요상한 대결 구도는…ㅋㅋ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이 때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인가 보다. 우리 아이 또한 마찬가지다. 무한한 애정과 배려심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유치원 생활을 청산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쉬는 시간마다 남자 아이들은 도망다니고 여자 아이들은 때리러 다닌단다. 서로가 재미있어 미소가 가득~담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새로운 놀이 방식이냐고 물어보면… 사뭇 진지한 태도로 어디까지나 악을 물리치기 위한 한 방편이란다. 뭐, 그들만의 세계가 있겠지.ㅋ

<<말 안하기 게임>>도 그렇게 탄생했다. 유난히 ‘쿠티’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레이크턴 초등학교의 5학년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수다스럽고 왁자지껄하여 “왕수다쟁이들”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들의 시끄러움은 남과 여로 구분되는 경쟁 의식으로 한층 더 빛을 발한다. 학년 선생님들도 이미 포기했지만 교육계에 오래 몸담아 자신의 성과를 인생의 훈장으로 여기는 교장 선생님은 도무지 포기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 5학년들의 수상한 게임이 시작된다.

“어쨌거나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처럼 수다 떨지 않아. 절대로!”…24p

계기는 사소했으나 여자 아이들이 모욕당한 것으로 생각한 여학생 대표 린지는 그대로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고, 그렇게 남과 여로 갈린 이들은 48시간 동안의 “말 안 하기” 게임에 돌입한다. 그러니까 이건…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다.  하지만 그저 반은 어쩔 수 없이, 반은 장난으로 시작 된 이 게임은 그렇게 수다쟁이였던 아이들에게 조금 색다른 경험과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고요. 데이브는 고요가 참으로 놀랍다고 생각했다.”…57p
“생각하기. 그리고 조용히 하기. 낯선 느낌이었다. 그리고 좋은 느낌이었다.”…110p

그동안은 생각이라는 것을 함과 동시에 입을 열고 내뱉었던 말들을 이제는 조용히 그저 생각만 할 수 있게 된 것. 선생님의 물음에 단 세 마디로 대답할 수 있다는 규칙은 아이들에게 절제를 알려주었다. 내가 혹은 주위에서 떠드느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수업들도 말을 하지 않으니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고 하고 싶은 말들도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된 것 등… 조금도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이 게임은 아이들을 변화시켰고, 심지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을 하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내가 감동받았던 것은… 선생님들의 반응이다. 처음엔 반발하던 선생님들도 조금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의 게임을 적극 받아들이고 말 없이 할 수 있는 수업을 고안해낸다. 이만큼 아이들의 창의성을 받아주는 선생님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학교는 “질서”와 “규칙”을 배우는 곳이지만, 그만큼이나 아이들의 “재능”과 “창의성”을 끄집어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질서와 규칙을 알려주기 위해 아이들을 억압하기만 해서는 발전은 없다. 아이들의 게임을 적극 받아들이고 적극 이용할 줄 아는 선생님들 아래서 배운 아이들이었기에 이들은 이러하게 놀라운 게임을 하게 된 것 아닐지. 

다양한 상황에서도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 자신의 의견을 조리있게 말 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희생하거나 상대방을 배려할 줄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보기만해도 으르렁 거리던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이 서로의 오해를 풀고 그 자체로 서로를 바라보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런지. 

<프린들 주세요>를 읽으면서도 굉장히 놀라운 재치와 상상력을 알 수 있었지만 이번 <<말 안하기 게임>>에서도 아이들의 눈높이를 잘 유지하면서도 놀라운 소재를 정말 재미있게 풀어놓은 작가에게 감탄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또 한 명 오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