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보, 시선을 마주보다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11월 30일 | 정가 11,000원

와. 책을 덮은 후 내 입에선 한 마디 감탄사가 나왔다. 내 모든 느낌을 다 설명할 수 있는 말이었다. 와, 뚱보가, 아니 빅티가 드디어 시선들을 정면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이 책에 나오는 뚱보는 세상을 지배하기는커녕 세상 앞에 제대로 눈을 들고 있지도 못했다. 온갖 피해의식에 쌓인 트로이는 자신을 사람들의 조롱에 싸인 웃음거리로만 생각한다. 혼자 만들어낸 시선들에 스스로 상처를 받는다. 한 걸음 뒤에 서서 보면 웃긴 일이 아닐 수 없다. 분명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드는 트로이를 비웃을 게 뻔하다. 하지만 만약 트로이를 좀 더 보고 있는다면, 다시 한 걸음 앞으로 가 그 상황 속에 들어가 본다면 그런 웃긴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게 트로이가 아닌 ‘나’ 라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에서 키183cm에 몸무게가 135kg나 되는 뚱보로 대체되었을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누구나 스스로가 만든 시선에 상처를 받고 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나’의 상황이 더 안 좋았을 때, 남에게 보여 지기 싫을 때 우리는 그런 시선들을 더 많이 만들어낸다. 스스로 기삿거리를 만들어내는 이 뚱보처럼 말이다. 그리고 인정하기 싫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뚱보, 트로이는 우리보단 낫다. 적어도 이 뚱보는 드럼스틱을 쥐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뚱보로 이 책을 읽는 동안 책 속의 뚱보 트로이는 드러머 빅티가 되어 자신에게 상처를 주던 시선들을 마주봤다.

세상을 지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이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단계를 알려주기 때문이다. 바로 피하지 않고 마주보는 것이다. 빅티처럼, 나에게 상처를 주던 그 시선들을 마주보고, 조롱을 환호로 바꿔놓는 일이다. 나를 가두고 있던 피해의식을 과감히 무시하는 것. 이것이 바로 첫 번째 단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빅티가 주는 드럼스틱을 쥐고 힘차게 내리 치기를 바란다. 정말 세상을 지배하고 싶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