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당신인가요?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0년 12월 25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아침독서 추천 도서 외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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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피

제목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당연히 빨간색이어야 할 피에 굳이 ‘파랑’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놓은 것부터가 그랬다. 하지만 소설이 시작하고 나는 제목에 신경 쓸 새도 없이 이 책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메간폭스는 어딘가 이상했다. 사고를 당해 일 년 반 만에 깨어났고 또 기억까지 잃었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메간폭스 자체가 불안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자신도 모르는 비밀에 둘러싸여 비밀스러운 집에 사는 그녀의 삶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태까지 난 왜 내가 메간폭스를 보며 이렇게 불안한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언젠가 ‘아일랜드’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그 영화도 복제인간에 관한 이야기였다. 많은 복제에 관련된 이야기들 중에 특이 이 영화가 충격적이었던 건 복제인간이 보통 인간과 다를 것 없이 생각을 하고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클론’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자신이 복제인간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들에겐 세뇌된 기억만 있을 뿐이었다.

메간폭스도 다르지 않았다. 팔, 다리, 심지어 뇌의 대부분 까지도 메간폭스 것이 아니었다. 핵심부라는 ‘나비’가 메간폭스 것이더라도 그건, 아니 그 사람은 메간폭스가 아니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메간폭스는 아일랜드의 ‘클론’과 다를 게 없는 복제 인간에 불과하다.

폭스 바이오갤은 굉장히 매력적인 것임엔 틀림없다. 사실 나도 책을 읽으면서 저런 게 현실에도 있었다면 하고 생각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가망 없이 죽어가는 사람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매력 뒤에는 분명 어두운 점도 있다. 난 무엇보다 자신이 복제인간임을 안 그들의 허탈감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책을 읽으면서 혹시 나도 복제된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이젠 터무니 없지 않은 생각도 했다. 생각을 하고 가치관도 갖고 있던 ‘내’가 누군가의 그림자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슬플까.

분명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위험한 인간복제. 파랑피는 복제에 관한 여러 생각들, 의견들을 한 방에 보여주는 시원한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