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꿈꾸지 않는 그대, 꿈과 환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라.

연령 12~2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03년 4월 2일 | 정가 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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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세계에서 돌아와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느낀 바스티안과 그 아버지가 ‘아무래도 다시 완전히 적응이 될 때까지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하던 그 말이 고스란히 내게로 넘어왔다. 아무래도 이 책에서 벗어나 다른 책으로 넘어가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어설프게나마 남겨두지 않으면 환상의 세계 그 너머로 영영 사라져 버릴 이 느낌들을 붙잡아 두고 싶다. 이렇게 환상적인 책을 만나다니…환상의 세계의 어린 여왕에게 이름을 붙여줘서 죽어가는 환상의 세계를 구하고 폐허와 같았던 無의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로 환상의 세계를 재건한 바스티안의 흥분에 감히 맞먹을 만하다고 하면 내가 지나친 걸까? 이 흘러넘치는 호들갑스런 감상은 딱 내 코드에 맞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후부터 얼마동안 지속되는 순수한 흥분상태에서 나오는, 나도 어찌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바스티안은 기분 나쁘고 불만이 가득한 투로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아주 평범한 생활에서 생긴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책을 싫어했다. 현실에서도 이미 지겹도록 일어나는 일을 무엇 때문에 책에서까지 읽어야 하는가? 게다가 바스티안은 누가 자기를 설득하려고 하는 걸 알게 되면 진저리를 쳤다. 그런데 그런 유의 책에서는 항상 어느 정도는 공공연하게 사람을 설득하려고 한다. 바스티안은 흥미진진하거나 재미있거나 또는 꿈을 꾸게 만드는 책, 창조된 인물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모험을 겪고 가능한 모든 것을 하나하나 상상해 볼 수 있는 그런 책을 좋아했다. (41쪽)


바스티안의 생각을 통해서 미하엘 엔데가 자신의 작품에 담고 싶어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미하엘 엔데의 작품들은 흥미진진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모험과 환상의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 난 이런 책들에 끌린다. 클로드 퐁티의 그림책을 좋아하는 것도 발터 뫼르스의 소설을 무한신뢰 하는 것도 나의 상상의 속도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기막히게 환상적인 세계의 이야기들을 눈에 보일 듯 마치 실재하듯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넋을 잃게 만드는 재능 때문이다. 특히 미하엘 엔데는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깊이 있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냄으로써 단지 아이들만의 동화에 머물지 않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꿈과 환상의 세계를 여행한다.’는 미하엘 엔데의 동화에 대한 생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시간을 훔치는 사람들에게 빼앗긴 시간을 찾아오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모모’가 그랬고, 더 이상 꿈꾸지 않는 인간 세상으로 인해 환상의 세계마저 무너져 내리는 위급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환상의 세계 속으로 걸어 들어간 ‘바스티안’이 온 몸으로 들려주고 있는 메시지에 귀 기울이게 하는 것에 환상적인 구조의 이야기의 재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뚱뚱하고 의기소침한 아이 바스티안은 자신을 괴롭히는 반 친구들을 피해 숨어들어온 고서점에서 책 한권을 훔쳐서 도망친다. 책 제목은 바로 ‘끝없는 이야기’. 어른이 될 때까지 견뎌야 하는 긴 징역살이 같은 학교는 이미 한참 늦어버렸고,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 슬픔에 빠져 어딘가 멀리 가 있는 사람처럼 살아가는 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갈 수도 없다. 그렇게 선택한 장소인 학교 안 창고에서 체조 매트 더미 위에 낡은 담요를 덮고 앉아 훔쳐온 그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렇게 환상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된 바스티안은 환상의 세계를 다스리는 어린 여왕이 앓고 있어서 환상의 세계 전체가 위기에 처해있는데 환상의 세계를 구할 임무가 주어진 어리지만 용감한 영웅 아트레유의 모험에 빠져들어 간다. 아트레유의 모험의 끝에서 어린 여왕의 목숨과 無의 세계에 점점 잠식당하고 있는 환상의 세계를 구할 인물은 사람의 아이인 바스티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책에 빠져 읽고 있던 바스티안은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결국 어린 여왕의 이름을 지어주고 無의 세계로 변한 환상의 세계를 새롭게 재건하는 임무를 위해 환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 바스티안은 현실 세계에 대한 기억을 하나씩 잃어가며 급기야 자신의 생각대로 이뤄지는 환상의 세계의 왕좌를 노리게 된다. 결국 자신의 이름까지 기억 못할 만큼 현실 세계로 돌아갈 길을 잃어버린 바스티안의 뒤늦은 후회와 마지막 시도로 현실 세계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바스티안이다. 이제 더 이상 뚱뚱하고 소심하고 아이들에게 놀림 당하는 소년이 아니라 용기가 충만하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아이로 성장해 있었으며 아버지 또한 바스티안이 사라졌다 나타난 이틀 동안의 변화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질 것임을 이야기 한다. 나는 이제 아트레유의 모험담과 환상의 세계 속으로 들어간 바스티안의 모험담은 대략의 줄거리로만 소개하고 책을 읽을 새로운 독자를 위해 남겨두려고 한다.         


그 환상의 세계 속으로 슬그머니 발을 넣고 싶은 내 마음을 들켜버렸다. 내가 펼친 책 속에 내가 등장하는 요르크 뮐러의 그림책 ‘책 속의 책 속의 책’이 슬쩍 스치고 지나갔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속에 바스티안이 읽고 있는 책이 바로 ‘끝없는 이야기’이고 책 속의 또 다른 영웅 아트레유의 모험에 점점 빠져 들어가던 바스티안은 결국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문을 열어두고 유혹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스로 독자라고 생각했던 바스티안 자신이 등장인물로 책에 나오다니! 그리고 누가 알겠는가,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어떤 또 다른 독자도 자기가 단지 독자일 뿐이라고 믿고 있을지! 그렇게 끝없이 계속되리니! (301쪽)


700쪽 정도 분량의 이 책이 아동 청소년 도서로 분류되는 것으로 보아 책의 두께가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는 듯하다. 환상의 세계가 건재해야 현실의 세계 또한 건강하게 굴러 갈 수 있다는, 현실 세계와 환상의 세계가 교묘하게 얽혀 있다는 이 이야기는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길을 영영 잊어버리게 된 사람들에게 꿈꾸는 일을 중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은 수도 없이 많지만 그걸 눈치 채지 못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그 중 몇 가지 관문은 나도 익히 잘 알고 있는데 <끝없는 이야기>처럼 멋진 통로를 언제쯤 또 찾게 될지 늘 부푼 기대를 안고 책 속을 기웃거리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