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속에 숨겨둔 마법서를 찾아서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4월 25일 | 정가 15,000원

시간여행이라고 하면 이제 식상한 소재다. 아직 시간여행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영화와 소설 속에서는 이미 몇 십년간 반복되어온 소재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여전히 나타난다. 이 책은 시간여행과 마법, 전설의 부활, 선택된 운명 등 흥미를 끌만한 기존의 소재들을 다 모아서 잘 짜였으며 재미있는 방대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길고 거대한 이야기의 모든 밑그림은 마법사 핌박사에 의해 기획되었다. 어린 나이에 어느 크리스마스날 밤 누군가에 의해 고아원으로 옮겨진 삼남매는 이 고아원 저 고아원으로 옮겨지면서 시련의 시기를 보낸다. 그리고 10년이 되던 해에는 급기야 케임브리지 폴스라는 이상한 분위기의 마을로 보내진다. 
  삼남매는 아이들 하나 없는 황폐한 마을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히지만 곧 자신들을 기다려왔던 마을의 운명을 깨닫고 용감하게 마을의 과거를 되돌리는 일에 몸을 던진다. 그들은   과거로 떠나 다시 과거의 과거로 떠난다. 수많은 층위의 시간들을 오가는데 ‘시원의 책’이라는 마법의 책이 매체가 된다. ‘에메랄드 아틀라스’가 선택한 아이 케이트가 가장 큰 역할을 해내며 마을의 과거는 다시 쓰이고 역사는 변한다.: 

  ‘보통은 그냥 간단히 아틀라스라고 부르지.아주 적절한 이름이야. 그 책 안에는 있을 수 있는 모든 과거와 현재, 미래의 지도가 들어있거든. 그 지도만 있으면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마음대로 여행할 수 있지.’ -p.464

   이 책은 정말 마법서처럼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순식간에 시간을 건너뛰어서 과거로 다시 현재로 날아다니는 우주시대에 걸맞는 속도감이 있고, 쾍쾍이들의 추격을 피하여 도망치는 숨막히는 질주, 좁은 지하 통로를 통한 긴장감 넘치는 탈주, 지하세계의 거대한 붕괴 장면과 백작부인의 패거리와 드워프족과의 대격전 등은 마치  컴퓨터게임같은 이미지를 머릿 속에 그려준다. 게임을 조종하는 다급한 손길을 알기라도 하듯 주인공들은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내어 도망할 수 있고, 위급한 순간에는 아찔하고 아슬아슬하게 다른 차원으로 이동한다. 생각한대로 이루어지는 통쾌함이 있다.
  통쾌한 상상의 비약만 있다면 비슷비슷한 다른 작품들을 연상할 수도 있다. 이 이야기는  중간 중간에 좀 유치한 꼬질꼬질한 장면들이 장난처럼 끼어드는데, 이는 요새 애들 말로 하자면 이른바 ‘망가지고 싶은 욕구’, ‘삐뚤어지고 싶은 욕구’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리만족이 되며 긴박한 긴장감 속에서 잠시 숨 돌리며 키득거릴 여유를 준다.

  세 권의 마법서로 구성된 ‘시원의 책’ 중에서 ‘에메랄드 아틀라스’ 혹은 ‘시간의 아틀라스’라 불리우는 책이 삼남매의 맏이인 케이트를 선택했으니 다음 책들은 각각 이번 모험을 통해 성숙해진 마이클과 엠마의 운명과 맞물릴 것이 자명하다. 마법에 관한 한 상식이 풍부한 마이클과 무모하지만 당찬 엠마를 어떤 책이 선택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