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영화로 만나고픈 이야기~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4월 25일 | 정가 15,000원

「시원의 책 The Books of beginning」3부작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으로 이미 ‘전 세계 35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수식어가 증명(?)하듯 중학교에 입학한 후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책상 앞에서 씨름하고 있는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접어가며 푹~ 빠져든 책이었다.

케이트와 마이클, 엠마…세 명의 아이들이 영문도 모른 채 부모와 헤어져 고아원을 전전하는 초반부의 이야기에는 측은함이 먼저 밀려왔다. 겨우 네 살밖에 안 된 맏이 케이트가 두 살배기와 갓난아이였던 두 동생을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는 약속을 잠결에 하고 부모와 생이별을 해야 했으니… 그것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말이다.

언제나 그렇듯 주인공은 어떠한 고난과 역경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보이지 않은 힘에 의해 이끌리듯 모범적(?)으로 살아가고는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케이트 역시 마찬가지로 어린 두 동생을 겨우 네 살때 잠결에 엄마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없이 강하게 자란다.물론 그 날의 기억을 그나마 간직한 것은 맏이였던 자신 뿐이었으로.

몇 군데의 고아원을 전전하던 끝에 최악으로 열악한 ‘희망도 대책도 없는 고아들을 위한 에드가 앨런 포의 집’에서 조차도 골치덩이들로 여겨지던 삼남매. 삼남매를 몹시도 못마땅해 하는 크럼리 원장의 계락(복수?)에 의한듯 보이지만(동물보호소나 다름없는 곳을 알면서도 기꺼이 삼남매를 보내는 원장) 결국엔 운명처럼 메임브리지 폴스에 도착한다.
그리고 펼쳐지는 마법의 이야기는 도저히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한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묘하게 펼쳐지는 주변 풍광에서 느껴지는 신기한 기운(분위기)과 함께 자신들 세 명이 고아원의 전부라는 사실에 삼남매는 바짝 긴장하게 되는데, 자신들을 맞이하는 에이브러햄과 늙은 가정부 미스 샐로우의 푸짐한 식사는 삼남매의 긴장을 풀어지게 한다.

그리고 에이브러햄이 건네준 십오 년전에 찍었다는 낡은 흑백사진 한 장과 탐험삼아 둘러보던 그 방에서 발견한 낡은 책(아무런 내용도 없이 전부 백지 뿐이었던 녹색 가죽 표지의)은 비로소 마법의 세계로 삼남매를 이끈다.

정말 상상만 해도 신기하지 않을까.. 책 사이에 과거의 사진을 넣으면 어느새 과거의 그 시간으로 순간이동을 하듯 삼남매가 사라지고 다시 현재의 사진을 넣으면 뿅!하고 나타나듯 현재로 돌아온다는…… 우연하게 그러나 이미 삼남매가 영문 모를 이별을 하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그날에 이미 필연처럼 시작된듯 마이클은 과거와 현재를 드나들 마법의 단초가 되는 사진을 찍어야 하는(만들어 내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보물처럼 간직하며 자신의 일부인듯 여긴다.

뜬금없이 마법의 시간으로 빠져든 삼남매는 처음 자신들을 과거의 시간으로 데려다 주었던 책이 마법이 세상의 일부로 선명하게 존재하던, 마법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하나였던 시대에 자신들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에 자신들의 존재가 잊혀질 것을 두려워한 마법사들이 지난 수천 년 동안의 모든 비밀과 지식을 한데 모아놓은 ‘시원의 책’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책이 마법사들의 위대한 지식이 집대성된 세 권의 책 가운데 하나라는 것 또한 깨닫게 된다. 이 모든 사실을 알려준 것은 다름아닌 지금의 세상을 지워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보고픈 욕망에 사로잡힌 백작부인. 시원의 책을 차지하기 위한 백작부인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는 것은 다름아닌 백작부인에게 볼모로 사로잡힌 케임브리지 폴스의 아이들때문이었다.
10년이 지나도록 자신들을 찾아오지 않은 부모들에 대한 그리움과 케임브리지 폴스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주고픈 간절함으로 백작부인에 맞서는 케이트 삼남매의 활약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시원의 책을 둘러싸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무리들, 온전한 형체를 가질 수 없어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빼앗아야만 존재할 수 있는 다이어 매그너스 (살짝 해리 포터의 볼드모트가 떠오른다)와 백작부인, 그리고 형체도 소리도 끔찍한 꽥꽥이들과 마지막에 가브리엘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괴물의 형상은 무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이것이 독자의 무한 상상을 재촉하는 판타지의 묘미일 것이다.
케이트 남매를 돕는 핌 박사와 가브리엘은 물론 드워프들과 케임브리지 폴스의 풍경까지 환상적인 마법을 담은 한 편의 영화가 절로 간절해지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