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랄드 아틀라스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4월 25일 | 정가 15,000원

“네 살짜리 여자아이가 있어. 이름은 케이트야. 동생이 둘 있는데 하나는 두 살인 마이클, 하나는 한 살인 엠마야. 크리스마스이브에 잠자고 있던 케이트를 엄마가 막 흔들어 깨우면서 동생들을 잘 돌봐달라고,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지만 꼭 엄마아빠를 다시 만나게 될 거라면서 목걸이를 풀어서 케이트 목에 걸어주는 거야. 세상에 겨우 네 살밖에 안 된 아이한테. ”

 

 

딸아이 손을 잡고 걸어가면서 ‘에메랄드 아틀라스’의 앞부분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가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듣는다. 평소에는 20분씩 걸리는 학교가 이렇게 가깝게 느껴진 적이 없다는 딸, 저녁에 그 뒷이야기를 해주겠다며 보냈더니 잊지도 않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이야기를 계속 해달란다.

 

 

“가장 못된 원장이 있는 고아원에 보낸다고 했는데, 그곳에서 비밀의 방과 마법 책을 발견해. 그 책을 펼치고 사진을 올려놓으면 그 사진이 찍혔던 시대로 순간 이동을 하는 거지. ∼∼ 자, 오늘은 여기까지! 엄마도 아직 다 못 읽었거든”

 

 

작년, 2학년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에 발견한 ‘해리포터’시리즈에 푹 빠져서 7부까지 모두 섭렵했던 딸아이는 이후로 판타지에 몰입했다. 우리나라 역사에 나오는 사실을 토대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주몽의 알’부터 삼국유사에 나오는 비형랑과 도깨비 길달의 이야기를 토대로 한 ‘고슴도치 대작전’, 소닌 시리즈 등 수많은 판타지를 읽으며 지낸 몇 달간 아이의 이야기 속에서 ‘재미, 신기, 마법, 주문, 흥미진진’ 등등의 낱말이 자주 등장했다. 아직도 판타지 책의 매력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고 급기야는 내가 책을 읽지 않는 순간에는 얼른 가져다가 읽곤 한다. 바로 「에메랄드 아틀라스」

 

 

아주 오랜 옛날에는 마법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가 한데 얽혀 있었지만,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마법의 세계를 위협한다. 결국 마법사들은 인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법의 영역을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상에서 자신들의 존재가 잊히는 걸 두려워해 자신들이 알고 있는 세상의 비밀을 기록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이 ‘시원의 책’이고, 「에메랄드 아틀라스」는 시원의 책의 첫 번째 이야기이다.

 

 

영문도 모른 채 고아가 되어 고아원을 전전하던 아이들이 시원의 책을 발견하고, 그 책이 선택한 소녀 케이트와 동생들이 아찔하고 흥미진진한 여행을 한다. 게임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고블린이나, 마이클이 심취한 책속의 드워프 족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짜릿함, 마법사든 인간이든 우위에 서고자 하는 그릇된 욕망,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을 챙기며 좀 더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까지 재미와 감동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에메랄드 아틀라스」, 세 권의 시원의 책 중 남은 두 가지 이야기가 엄청 기대되는 판타지였다. 책을 읽으며 지난주에 DVD로 보았던 헤리포터 시리즈가 생각났다. 이 시원의 책도 영화화 된다면 분명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다. 나니아 연대기나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시리즈 못지않게 신비함이나 웅장함, 공포 등이 잘 어우러진 흥미진진한 영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