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으로 알아보는 자연의 순환

시리즈 과학 그림동화 34 | 글, 그림 안네 묄러 | 옮김 김영진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4월 29일 | 정가 12,000원

날짜를 보면서도 알지만 나무와 나뭇잎을 통해 계절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앙상한 가지에서 새순이 돋고 봄볕을 받은 잎싹은 크기도 양도 늘어 키가 큰 나무는 하늘을 가리기도 합니다.
녹음이 진한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나무는 약속이라도 한듯 색을 바꾸고 겨울이 오기 전 제 잎을 떨구기 시작하지요.
이 책은 겨울을 맞기 전 힘없이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린 버들잎 열 장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강한 바람에 날아간 버들잎 열 장은 저마다 다른 여행을 하게 되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들의 다른 여정이 그려집니다.

첫 번째 버들잎은 시냇물에 떨어져  메뚜기의 목숨을 구했고 두 번째 버들잎은 청설모가 폭신한 보금자리 만드는 데 쓰려고 가져갑니다.
공원에 떨어진 세 번째 버들잎은 산책하던 아주머니의 메모지가 되고 석 장의 버들잎은 책갈피에 잘 말려져 그림 속 물고기가 되었어요.
일곱 번째 버들잎은 예쁜 등의 장식이 되고 여덟 번째 버들잎은 돛단배의 돛이 되었지요.
아홉 번째 버들잎은 모닥불 속에서 타올랐고 열 번째 버들잎은 지렁이의 먹이가 되어 결국 버드나무의 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봄, 어미 버드나무는 다시 새잎을 틔우고 얼마 안 가 버드나무 가지엔 나뭇잎 열장이 다시 돋아나 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보아온 낙엽들은 빗자루에 쓸려 태워지기도 하고 누군가의 책갈피에 꽂히기도 하고 그대로 낙엽이 되어 어미나무의 거름이 되기도 합니다. 
이제껏 우리가 볼 때는 그들의 삶과 쓰임이 단순해 보였지만 이 책에서는 더 깊고 관심있게 들여다 봐주고 있어요.
이 책은 바람에 날려간 버들잎 열 장이 어디로 갔는지 묻는 질문으로 아이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자극하며 나뭇잎의 다양한 쓰임새를 차근차근 보여줍니다. 종종 미술놀이를 하면서 나뭇잎을 활용하긴 했지만 ’나뭇잎 한 장으로 무얼 할 수 있을까’하고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다른 상상을 해볼 즐거움이 되겠더군요.그리고 거름을 먹은 버드나무가 어떻게 자라고 잎을 틔우게 되는지 보여주면서 끊임없는 자연의 순환원리를 알려줍니다.    

표지그림도 그렇고 내지를 넘기면서는 진짜 나뭇잎을 꼴라주로 붙여놓은 줄 알았어요.
팔랑팔랑 바람에 날리는 듯한 모양의 나뭇잎과 자연색에 가까운 채색, 그리고 잎맥까지 세밀히 묘사해 놓은 그림이 무척 사실적입니다.
버들잎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많이 보아온 단풍과 플라타너스, 클로버 잎 등은 아이들이 버들잎의 여정을 더 공감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고 우리 주변의 숲, 산에 무엇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심이 생기겠더군요.
섬세하게 그려진 메뚜기나 물총새, 물고기, 청설모와 강아지, 들쥐와 나비와 곤충 등도 볼만하고 여러 다양한 곤충과 동물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한데 어울려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그림으로 잘 보여줍니다.
간결한 듯 하면서도 다양하고 다양하면서도 간결한 느낌이 묻어나는 이책은 자연의 원리를 어렵지 않게 알려주어요.
서로 맞물려 돕고 살아가는 자연 생태계.. 나뭇잎의 여정을 통해 아이들과 먹이 사슬에 대해서도 연계해 볼 수 있겠고 자연과 생명이란 것이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을  이야기해 볼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