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야호 비온다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6월 30일 | 정가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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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하나 없어도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책. <야호 비온다>

 안 그래도 비와 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우리 아기, 이 책을 보여주니 처음부터 무척이나 관심을 보이며 좋아하더라구요.

요즘같은 땡볕에도 우산을 항상 들고 밖에 나갑니다.

“밖에 비 와?” 하면서 말입니다. 아무리 비가 안온다 이야길 해도, 자기는 꼭 지팡이처럼 우산을 챙겨갖고 나가네요.

아, 크레용도 하나 챙겨요. 아기 지갑, 아기 가방이라고 하면서 말이지요.

칼데콧 수상작가인 피터 스피어의 비오는 날의 즐거움에 대한 84컷의 그림들, 아이와 같이 들여다보는 내내 엄마 마음까지 풍성해집니다.

감기 걸린다, 피부병 생긴다 잔소리를 늘어놓는 엄마였지만, 엄마도 어릴적엔 이렇게 비오는 날을 즐기고 놀기도 했거든요.

 

초등학교 저학년때였던가? 무릎에 물이 찰만큼 비가 많이 왔던 어느 장맛날, 그림책 속 아이들처럼 하수구 구멍 위로 가득한 물에 들어가 첨벙거리며 (이왕 비 맞은거 모르겠다 하고서) 여름날 물놀이하듯, 철벅철벅 재미나게 놀다 집에 간 생각이 납니다. 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더러운 물이었는데, 그땐 참 재미나더라구요. 요즘처럼 수영장이나 계곡, 바다 등으로 물놀이 자주 가던 때가 아니라 그런 재미가 흔하지 않았답니다. 온세상이 물바다,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는 즐거운 세상이었어요. 물론 요즘처럼 물난리가 나면 절대로 안되겠지만 말이지요. 너무 어렸던 때였어요. 그냥 수영장같았던 당시 상황을 잠깐 즐겼던 그런때.

 

그러니 요즘 네살난 우리 아들이 물놀이에 흠뻑 빠진것을 이해해줘야하는데, 옷이 찬물에 젖고 하는 것이 못마땅해 물놀이 (아이의 물놀이는 베란다에서 물을 잔뜩 받아다가, 양동이에서 다른 대야로 바가지로 옮겨 담는 것입니다. 혹은 바가지에 물을 떠서 꽃에 물을 주는 것이지요)를 못하게 하는데, 외가에 가면 꼭 그러고 한참을 노네요. 어른들도 못하게 하시려 하지만 아이가 너무 좋아해 울고 불고 떼를 쓰니 도통 반대하시기 힘들어하시지요.

이 책 속에 담긴 예쁜 그림들은 정말 많아요. 그리고 그 그림들을 바라보면서, 비 오는 날을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 잊고 있던 동심이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글자 한 자 없어도 내용이 무궁무진함을 새삼 새로이 깨닫습니다. 우리 아이도 정형화된 책을 읽어주기보다 (그건 사실 엄마가 더 편한 일인데 ) 그림만 있는 책으로 내용을 설명해주는 책도 무척 좋아하더라구요. 게다가 이런 책에는 풍경과 아이들의 모습까지 하나하나 버릴데 없이 설명할 거리가 풍성해서, 읽을 수록 이야기가 많아지는 그런 책이랍니다. 아이 또한 책 속 남매처럼 이렇게 비오는 날을 첨벙첨벙 즐기고 놀고 싶을텐데, 그러지 못하게 하는 엄마 아빠의 잔소리가 듣기 싫을 수도 있겠지만요.

 

집에서 토끼도 키우고, 잘 보면 마당 한켠에 수북하게 패어놓은 장작도 보입니다. 물을 받는 나무 통도 보이구요. 우산도 요즘 아이들이 흔하게 들고 다니는 알록달록 우산이 아니라 검정색 단조로운 우산이예요. 언제 씌여진 책일까? 찾아보니 1982년 작품이네요. 30년 전 이야기인데도 요즘 봐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을, (달라진게 있다면 비가 너무 인체에 안 좋은 비가 되었다는 것 뿐, 산성비, 방사능비..) 그런 이야기네요.

빗 속에 여기저기 뛰논 아이들이 엄마의 걱정을 씻어주기라도 하듯,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비가 퍼붓는 밤동안 집안에서 재미나게 논 후에 잠자리에 드는 장면, 그리고 다음 날 맑게 개인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들이 참으로 따스한 그림으로 와닿습니다. 보면 볼수록 또 꺼내 보고 싶은 그런 삽화집의 느낌이었어요. 아이도, “야호 비온다 또 읽어주세요 “(물론 읽을때마다 조금씩 설명이 달라질테지만요) 하면서 자꾸 조르는 책이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