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풍경 속에서 첨벙거리다.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6월 30일 | 정가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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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이 다가오며 비를 뿌리기 시작하자 마당에서 모래놀이를 하던 남매는 집으로 쫓겨 들어갑니다.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는 저만치 앞서 가고 아이 둘과 강아지는 엄마를 향해 달려갑니다. 비옷과 장화를 신고 비오는 풍경 속으로 다시 뛰어든 아이들은 마냥 신납니다. 비가 오니 새들이며 동물들은 비를 피해 몸을 웅크리는데 아이들에게 비오는 날은 신나고 즐거운 일들이 가득한 특별할 날입니다. 비를 피해 몸을 숨긴 동물들의 안부를 묻고 빗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만드는 동심원들을 밟으며 뛰어다니기도 하고, 홈통을 타고 쏟아지는 물줄기를 우산으로 받기도 하구요, 호스로 물장난 치기도 재미있지요. 지나가는 차가 만든 물벼락을 맞기도 하고 첨벙거리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기도 하지만 비오는 날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풍경 속에 아이들은 신나지요. 물방울들을 달고 있는 나뭇가지를 흔들어 물방울을 튀기기도 하고 전깃줄에 대롱거리며 달린 물방울들과 거미줄에 조롱조롱 달린 물방울들은 비오는 날이 아니라면 만날 수 없는 모습들이지요.

거세지는 비를 피해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따스한 물로 목욕을 하고 뽀송뽀송한 옷들로 갈아입지요. 식탁엔 엄마의 따끈한 간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빗속에서 신나게 놀다가 들어왔지만 그래도 마음은 아직도 빗속에서 첨벙거립니다. 집안에서 블록 쌓기도 하고 책도 보고 TV도 보지만 마음은 비오는 창밖 풍경 속에 있습니다. 비오는 창밖을 내다보는 남매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밤이 되고 가로등에 불이 켜지고 아이들의 방 창문에도 불이 꺼졌는데 비는 여전히 주룩주룩 내립니다. 드디어 먹구름에 가려진 달과 별들이 깨끗하게 씻긴 듯 더욱 초롱초롱 빛나며 그 자태를 드러냅니다. 너구리며 쥐들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새들은 마당에 생긴 웅덩이에 샤워를 하면서 분주한 새벽을 열고 훤하게 밝아오는 하늘 아래 마당은 더욱 싱그러워진 모습으로 아이들을 기다립니다. 마당의 나무들이며 꽃들이며 동물들은 거센 비를 잘도 견뎌낸 듯합니다. 비에 젖었던 빨래들이 다시 햇살 아래 널렸네요.

글자가 없는 그림책은 천천히 그림을 음미하면서 따라가다 보면 조곤조곤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들리는 듯합니다. 어쩌면 말이 전하지 못하고 빠뜨리는 부분들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들을 수다스럽게 들려줄 지도 모릅니다. 특히 칼데콧상을 받은 작가인 피터 스피어라면 어쩌면 글보다는 그림으로 이야기하기가 수월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수채화로 그려진 이 그림들 안에는 비오는 날이면 비옷과 우산과 장화로 무장하고 빗속에서 첨벙거리고 싶어하는 우리 집 아이와 쏙 닮은 아이들의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비오는 날의 풍경이 하도 예뻐서 어른인 나도 함께 첨벙거리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