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아쉬운 성장통

시리즈 비룡소의 그림동화 216 | 글, 그림 염혜원
연령 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8월 16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볼로냐 라가치상 외 1건
구매하기
어젯밤에 뭐했니? (보기) 판매가 9,900 (정가 11,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10%↓ + 3%P + 2%P)
구매

그림이 참 독특하단 생각을 하면서 책을 손에 들었다. 스크래치인가? 판화라고 하기엔 밑바탕의 색깔이 다르게 비치는데. 궁금한 마음에 얼른 책을 열어보니 푸른빛이 가득한 자작나무숲과 곰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가 보인다. 인형을 안고 있는 아이와 오른쪽의 숲. 숲은 성장을 뜻한다는데 이 아이도 이야기가 끝날 무렵이면 성숙해지려나?

등돌린 곰인형과 맑은 얼굴의 아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풍경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가 떠올랐다. 첫 장면에서 잔뜩 골이 난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밥상을 앞에 두고 있는 걸 보니 뭔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허리에 손을 얹은 엄마로 보이는 어른의 모습은 아이가 야단을 맞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커다란 엄마의 그림자와 잔뜩 움츠러든 아이의 모습. 하지만 빨간 원피스의 아이는 왠지 고집스럽게 보인다. 색상 때문일까?

잔뜩 풀이 죽어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 아이. 분한 마음이 가시지 않은 듯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그 뒤로 보이는 커다란 곰인형의 그림자. 왜 자꾸 ‘고릴라’가 떠오르는지……곰인형을 안고 잠이 든 아이지만 어느새 곰인형은 마술처럼 진짜 곰으로 변해 아이 곁에 있다. 곰은 아이를 깨우고 부스스 잠이 깬 아이는 곰과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나온다.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 또 고릴라가 떠오른다.

집을 나선 아이와 곰은 숲속으로 향한다. 어둡고 깊은 숲이지만 그곳에서 그들을 맞아 준 동물들은 친절하기만 하다. 아이와 곰, 동물 친구들은 숲에서 마음껏 뒹굴고 나무 사이에 숨어 숨바꼭질도 한다. 놀이로 허기진 배는 곰이 잡아 준 물고기로 채운다. 동물들이 불을 무서워한다는 것은 옛말인지 캠프파이어로 놀이는 절정에 달한다. 하지만 왠지 곰 곁에 앉아있는 아이의 모습이 그리 흥겨워 보이지만은 않다. 잠이 오는걸까, 아니면 엄마 생각이 나는걸까?

갑자기 쏟아진 비에 잠이 깬 아이는 잠에 골아떨어진 곰 옆에서 뜬 눈으로 밤을 세운다. 어느샌가 잠이 든 아이는 자신의 방 침대에서 자고 있다. 부스스 잠이 깨어 곁을 보니 태산처럼 든든하던 곰은 어디로 가고 늘 자신과 함께 하던 곰인형만이 있다. 콩콩콩 계단을 내려온 아이는 엄마의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책 전체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다. 뒷면의 면지를 보니 숲이 왼쪽에 자리하고 있고 곰과 어깨동무를 한 아이는 숲을 벗어나 걸아가고 있다. 아마 한 뼘쯤 성장했을 것 같다.

독특한 시각적 감촉과 화려한 색상의 판화가 눈길을 끄는 책이었다. 하지만 스토리 전개에 있어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와 모리스 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워낙 유명하고 그림책을 좀 본다는 사람들은 두 작품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그런 것 같다. 그 사람의 책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너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