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고전 읽기의 갈등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41 | 글, 그림 이영경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8월 26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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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숙이와 팥숙이 (보기) 판매가 11,700 (정가 13,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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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숙이와 팥숙이. 이름만 듣고도 ‘콩쥐팥쥐’ 이야기란 걸 바로 알아챘다. 하지만 표지의 그림은 내가 알고 있는 콩쥐의 옷차림도 아니고 뒤편의 경대도 낯설기만 하다. 더군다나 화장대의 거울에 비친 모습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콩쥐로 짐작되는 참한 여인과 다른 포즈다. 새빨간 손톱이 왠지 섬뜩함마저 준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아주 어릴 적 친정 엄마의 결혼 사진에서 본 모습이다. 길이가 긴 저고리에 화사한 무늬의 한복, 머리 끝이 살짝 올려진 머리 모양하며 콜라쥬 되어 있는 배경 그림이 눈에 익다. 책장을 넘기며 만나는 일러스트레이션은 표지에서의 느낌 그대로이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배경이다. 친정 엄마 어릴 적 친구들의 이름자 끝에 누구든 갖고 있던 ‘~숙’, ‘~자’, ‘~희’. 이름도 배경 그림에 걸맞게 콩숙이와 팥숙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콩쥐 팥쥐의 이야기랑 같다. 하지만 중간에 머리 검은 소가 콩숙이에게 먹을거리는 전해주는 부분인 ‘아랫도랑에 발 씻고, 가운뎃도랑에 목 씻고, 윗도랑에 머리 감고, 동네 뒷간에 손 넣는’ 장면은 처음 보았다. 다른 이본에 나온 것이라 못 본 것인지 작가의 상상력이 추가 된 것인지 궁금하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콩숙이와 팥이는숙 그네뛰기를 통해 잘생긴 총각 시장님과의 결혼을 꿈꾼다. 물론 콩쥐는 표면상으로는 그네뛰기를 통해 죽은 엄마와 가까이하고픈 마음이라지만 팥쥐와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싶다. 그게 훨씬 더 인간적이다. 그리하야 시장님과 결혼한 콩숙이의 스토리. 여기까지는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신데렐라’이야기와 같다. 그 뒤로는 콩숙이가 팥숙이에 의해 물에 빠지고 콩숙이 행세를 하는 팥숙이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서부터 헷갈리기 시작한다. 원래 콩쥐팥쥐전 이야기가 이리 전개 되었나 싶기도 하고 ‘장화홍련전’도 생각나고 ‘우렁각시’도 생각나고 말이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콩쥐팥쥐’ 이야기를 다시 찾아 보았다. 우렁각시까지는 아니어도 이야기 전개가 ‘콩쥐팥쥐전’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우리 것인 ‘콩쥐팥쥐전’보다 ‘신데렐라’이야기에 우리가 더 빠져들었었나보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다른 서양에서도 콩쥐팥쥐류의 이야기들이 한 두 개씩은 꼭 있다고 하니 인류에 공통적인 감성을 가진 이야기가 아닐까한다.

젓가락 짝짝이인줄은 알면서 제 짝이 맞지 않는 것은 모르는 원님을 깨우쳐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 콩숙이. 그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울기만 하다가 요정의 힘으로 왕자님과 결혼한 신데렐라와는 다른 콩숙이다. 죽음마저도 거부하며 자신의 힘으로 역경을 헤쳐나가는 또숙이의 모습이다. 우리 한국의 여인내의 숨은 힘을 보여준다.

글을 읽는 내내 고민이 되었다. 현대판 콩쥐팥쥐라고는 하지만 읽는 어른이 결코 편안하지만은 않았다. 그렇다보니 이 책을 아이들이 어떻게 읽어낼까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초등저학년을 둔 엄마도 읽어보며 어떻게 읽혀야 할지 난감하다고 한다. 패러디물이나 원전의 각색인 책들은 대부분 저학년이 읽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원전을 먼저 읽고 어떻게 다르게 표현 되었는지 비교해 읽어내는 능력은 어느 정도의 독서력을 갖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저학년이 읽기에 활자가 작고 글의 내용이 일반 그림책의 32쪽을 넘어선 44쪽인 것으로 볼 때 초등 저학년이나 중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시대적 배경이 바뀌다 보니 ‘깡상자’ 같은 낯선 단어들도 많이 등장한다. 읽는 엄마도 아이도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고민스럽기까지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