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마리퀴리와 이렌퀴리

연령 12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8월 17일 | 정가 11,000원

 우리는 때로 앞서 살다간 위인들에게 빚을 진 느낌이 든다.

인류의 문명이 이렇게 발전하여 우리에게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한 시간속에는

안온하게 살수도 있었던 자신의 삶을 과학의 발전에 쏟아넣은 마리 퀴리와 같은 과학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남성위주의 사회에 아직 여성의 지위가 미미한 시절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같은 역경을 딛고 노벨상을 두번이나

수상한 그녀의 삶을 지켜보노라면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더구나 마리 퀴리와 그녀의 딸인 이렌 퀴리가 살았던 시간은 세계대전이 두번이나 일어났던 시대였다.

가장 극심한 세계대전의 한가운데 있었던 그녀들이었지만 가장 아름다운 전사로서 수많은 생명들을 구한

천사이기도 했다.

마음속에 항상 조국에 대한 사랑을 담고 이방인처럼 프랑스에서 살아야했던 마리의 삶은 그의 남편 피에르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외로운 삶이 되었을까.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이자 훌륭한 과학자 동료였던 피에르를 비참한 마차사고로 잃고서도 마리는 절망에만

빠지지 않았다. 그들이 발견한 ‘라듐’과 ‘폴로늄’같은 물질이 인류에게 악이 아닌 선으로 어떻게 쓰여야 할지를

고민하면서 끝까지 연구를 계속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자신이 발견한 ‘라듐’의 방사능에 의해 병으로 쓰러졌음에도 신념을 굽히지 않고 고고한 과학자로서

인류에게 커다란 선물을 선사하고 고통속에 삶을 마감하게 된다.

 

 

‘라듐은 범죄자의 손에 들어가면 위험 물질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자연의 비밀을 아는 것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지, 인류가 그 지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만큼 성숙한지, 오히려 그 지식으로 말미암아

해를 입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나는 인류가 새로운 발견에서 악보다 선을 더 많이

끌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마리 퀴리와 피에르 퀴리는 첫번째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하고 수상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자연의 비밀을 밝힌 과학자로서 인류에게 어떤 쓰임이 될지 고민하는 고뇌가 그대로 느껴진다.

그의 우려대로 그들이 발견한 방사능은 폭탄으로 제조되어 수만명을 살상하는 무기가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전쟁과 악을 종식시키는 기폭제가 되었으니 그들이 살았다면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마치 칼이 누구의 손에 쥐어지느냐에 따라 음식을 만드는 도구가 되거나 살인의 무기가 되는것과 같다.

엄마인 마리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물리학자가 된 이렌에게 마리는 엄마이기 이전에 친구이며 동료였다.

두 모녀의 열정적이고 치열한 삶을 보노라니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시대에 사는 우리는 과연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지 부끄러워진다.

그리고 고리타분하고 경직된 물리학자 마리 퀴리로서만 아니고 연인 폴 랑주뱅과의 깊은 사랑을 나누었던

연약하고 아름다운 마리퀴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어쨋든 사랑은 고독과 절망을 이기는 천사이기도 하지만 고통과 상처를 주는 악마의 모습이기도 하기에

그녀가 겪었을 사랑과 이별이 가슴아프게 전해져온다. 과연 연인보다 과학이 그녀를 더 행복하게 했을까.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