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쥐와 팥쥐 이야기 속에 한국 현대사를 기록하다.

시리즈 비룡소 창작 그림책 41 | 글, 그림 이영경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8월 26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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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경 작가는 콩쥐와 팥쥐를 1950년대로 데려왔다. 각 어린이출판사의 전래동화 시리즈의 필수 아이템인 옛이야기 ‘콩쥐팥쥐’ 중 하나로 분류하려들면 자연스럽지 못할 이유도 없지만 사실 이 책은 옛이야기나 전래로 읽히기보다는 한국의 현대사를 기록한 생활문화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노력도 상당부분 이런 자료들을 뒤지고 공부하는 데에 할애한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이영경은 작가 이름 앞에 대표작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아씨방 일곱 동무」나 「신기한 그림 족자」처럼 ‘규중칠우쟁론기’라는 고전수필과 ‘전우치전’이라는 고대소설을 그림책으로 재구성하는 솜씨가 뛰어난 작가다. 부드럽고 여유로운 느낌의 그림과 옛이야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담긴 편안한 구성이 동양화를 바라보고 있는 듯 따스한 느낌을 준다. 그런데 이런 전작들에 비해 『콩숙이와 팥숙이』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그래서인지 지면을 가득 채운 콜라주나 스탠실등의 기법들을 이용한 1950년대의 시대상과 풍물들에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작품 스타일의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이 좀 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950년대 시대상과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긴 이 그림책을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콩쥐팥쥐다. 지금까지 잔인한 부분을 쳐내고 끔찍한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뒤바꾸고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그럴싸하게 입힌 콩쥐팥쥐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권해왔었다. 황소와 두꺼비와 선녀의 도움으로 행복을 찾는 콩쥐 이야기까지가 아마 아이들이 지금까지 들어온 콩쥐팥쥐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 『콩숙이와 팥숙이』는 그 뒷이야기까지 전해준다. 물론 결론부분의 끔직한 부분을 살짝 각색하긴 했지만 원전에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동화를 접하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한 이런 각색은 분명 필요한 작업이다. 흔히 알고 있는 동서양 동화들의 원전을 보면 잔혹동화라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 여과 없이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곤란한 게 사실이다. 사실 콩쥐와 팥쥐의 이야기도 팥쥐가 벌을 받게 된다고 두루뭉수리하게 넘어가는 결말부분에 끔찍한 이야기가 숨어있다. 팥쥐를 젓갈로 만들어 항아리에 담아 팥쥐 엄마에게 보내서 먹게 하는 벌을 내린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나중에 자라서 어릴 적 읽었던 동화의 원전을 읽게 된다면 그 배신감과 놀라움이 크겠지만 6,7세 아이들에게는 발설하기 힘든 진실이 아니겠는가.


전쟁이 끝난 직후의 가난하고 고달팠던 시절의 생활상들을 보여줄 추억의 물건들을 마음껏 만날 수 있다. 벽과 천장에 벽지 대용으로 덕지덕지 붙어있는 신문지, 창호지문, 양은도시락, 재봉틀과 옷본, 녹색 철대문, 물지게, 곤로, 귀했던 군것질거리들, 여자아이들의 장난감이었던 종이인형…지나고 나니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불행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시절의 추억들이다. 자료 조사와 수집을 통해서 1950년대를 그림책 속에 담아내면서 콩쥐와 팥쥐의 이야기를 끌어다 놓은 발상이 꽤 실험적이라 느껴진다. 동화가 주는 터무니없는 환상과 환타지에 가까운 허구성을 꼼꼼한 취재에 의한 자료들로 시대를 재현하는데 필수적인 사실성과의 조화가 가능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평소 애정을 갖고 차기작을 기다리는 작가의 기존 작품들과 다른 맛이 나는 색다른 작품이라 더욱 그랬다. 『콩숙이와 팥숙이』를 처음 읽었을 때의 낯섦이 반복해서 읽으니 점차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작가의 새로운 시도와 변화는 늘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개운하고 신선한 느낌은 부족하지만 이영경 작가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는 항상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