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아름답다!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0월 1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4건

2011년 제 5회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최상희의 [그냥, 컬링]

 

 

다소 낯선 동계 스포츠인 컬링에 빠진 고교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저자는 “에둘러 가는 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어쩐지 치열하고 파워풀해보이지 않는, 좀 웃기고 폼도 안나는 비인기 종목 컬링과

“제 2의 김연아”를 꿈꾸는 여동생에 치여 꿈도 열망도 없이

여동생 심부름이나 해주며 지내는 별볼일 없는 베타보이 오빠의 절묘한 만남!

 

왜 인생을 꼭 그렇게 허덕이며 살아야 하는가?

꼭 큰 꿈을 가지고 목숨걸듯 달려나가야 하는걸까?

그저 피시방 사장님이나 되어 평화롭게 살고픈,

“아빠처럼 되기 싫지만, 아빠처럼 되기도 쉽지 않은”

유통기한 지난 마요참치맛 삼각김밥 같은 청춘이

“그냥” 컬링을 하는거다.

 

무슨 대단한 목표가 없어도,

그냥 “비질”을 하며 에너지를 발산하는 외롭고 초라한 십대 이야기.

 

 

컬링은 그야말로 비인기 종목이고

그 스포츠 자체로 손에 땀을 쥐게 하거나 치열함을 느끼기엔 어렵지만

컬링에서 딜리버리 순서대로 리드-세컨-서드-스킵으로 이어지는 각 장을 지날수록

격정적으로 빠져들게 되는 서사 구조는 소설의 재미를 상승시키다가

여운을 남기는 결말이 살짝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다.

 

너무나 트렌디한 십대 이야기지만

주인공들이 참 착하다.

다행스럽게도 이 청춘들은 냉소적이지 않다.

 

온집안이 여동생에 맞추어 돌아가 언제나 관심 밖이지만 불평 한번 없고,

가난한 현실 속에서도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컬링에 도전하며,

위기에 빠진 친구를 위해 구명 활동을 펼치는 등

언뜻 보면 비현실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부끄럽게도 비겁한 어른들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순수한 십대들의 우정이 빛난다.

 

 

탁월한 소재의 만남과 기발하고 참신한 유머 감각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이 대단한 작품은

읽는 내내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컬링처럼 시시한 인생이지만

부당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너무나도 순수한 청춘을 무겁지 않게 그려냈다.

 

그래서 청소년은 원래 외계인인 것이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전혀 중요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하고 있다, 컬링.

이 어둠 속,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달려간다. 함께하기 위해서.

아마도 그래서 하는 것이다.

컬링, 우리는 하고 있다.

 

 

내내 코믹하고 유쾌했지만

이 순수한 영혼들 앞에서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드는 현실과

그 속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고 “그냥, 컬링”하는 마지막 장면의 울림은 꽤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