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희망의 전파 그리고 기적

연령 11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9월 16일 | 정가 10,000원

열에 들떠 헛소리를 하기 일쑤고 늘 전쟁이야기만 하는 늙은 군인 빌라 루츠를 후견인으로 모시고 있는 소년 피터는 군인의 심부름으로 생선을 사러 가던 길에 누구라도 현혹될 광고와 맞닥뜨린다.:

 

 1플로릿만 내면 당신의 마음이나 머릿속에 간직된 가장 심오하고 어려운 문제에 대한 답을 알려 드립니다.(p.8)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년은 여자 점쟁이의 빨간 천막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빌라 루츠가 늘 죽었다고 말하던 자신의 여동생이 살아있으며, 코끼리가 인도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발티스 시의 다른 곳, 오페라 극장에서는 마술사가 생애 최고로 놀라운 마술을 시도하다가 그만 실수로 백합이 아닌 코끼리를 귀부인의 무릎에 떨어뜨리고 만다. 전혀 연관이 없는 이 두 사건에 코끼리라는 공동의 소재가 존재하지만 과연 어떻게 결합하여 이야기가 될까 궁금하였다.

  작가는 등장인물들 각각의 접어두었던 희망을 불러내고, 그 희망들을 서로의 꿈길로 불러온다. 꿈 속에서 그들의 희망이 이루고싶은 모습으로 찾아와서 서로에게 갈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마음 속에 내내 간직해왔던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

  피터는 꿈을 통해 잃어버린 여동생 아델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낸다. 고아원에 살고 있는 아델도 역시 꿈을 통해 코끼리가 자신에게 오빠를 찾아주게 될 것을 알게 되고 희망을 갖게 된다. 알 수 없는 추운 도시로 불려온 코끼리도 따뜻한 정글을 꿈꾸며 소년 피터가 자신의 힘든 삶을 바꾸어 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된다. 꿈 속으로 찾아든 희망의 불씨들은 유난히 혹독한 겨울이 찾아온 발티스 시에 따뜻한 기운을 전파한다. 그것은 차갑게 굳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녹이고, 딱딱하게 구조화된 일상을 말랑하게 바꾸어놓는다. 집사일을 계속해왔던 한스 익맨에게 기적을 믿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여 라 본 부인에게 감히 충고할 수 있게 하고, 경찰 레오 마티엔느에게는 코끼리와 마술사를 위해 감히 감옥을 문을 열게 한다. 자신을 불구로 만든 마술사를 용서할 수 없는 라 본 부인에게는 용서의 미덕을 되찾게 한다. 마술사에게는 자신의 마술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었음을 인정하고 자신감을 갖고 코끼리를 제자리로 돌아가게 할 마술을 부릴 용기를 갖게 한다.

  소년 피터의 희망은 모두에게 기적의 가능성을 전파하는 훈훈한 기운이 되고, 기적을 믿는 순수한 마음을 각자의 삶에 다시 불러들이게 한다. 이야기가 행복하게 끝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희망과 기적을 믿는 사람들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모두의 마음에, 모두의 삶에 기적이 일어나는 이야기이며 마치 마술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을 행복하게 변화시킨 이야기이다.

  여러분의 마음에 꼭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가? 그렇다면 점쟁이의 빨간 천막을 찾아갔다고 생각하고 피터처럼 작은 희망의 불씨를 먼저 피워야 할 일이다. 그러면 곧 이렇게 희망이 커지고 기적이 일어나서 마술처럼 원하는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행복한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꿈같은 이야기가 이 책이다.

  꿈처럼 아득하고 따뜻하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요코 다나카라는 일러스트레이터의 흑백그림을 통해 더욱 환상적인 기운을 부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