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컬링….

제목이 참 특이하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이야기의 책일지 도대체 감을 잡을 수도 없다.

거기다 그냥이라니…

그래서일까?

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 유발해내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과연 이야기도 그러할런지…

 

아하~ 맞다! 컬링이 바로 그거였구나!

스포츠를 좋아하는 편이라 동계올림픽 경기 중계도 많이 시청했기에 당연히 컬링 경기도 본 적이 있다.

처음 컬링 경기를 티비중계로 봤을때 ‘저 사람들 지금 뭐하는 짓이야? 저게 스포츠야?’ 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중계를 쭉 지켜보며 경기를 하는 선수들의 진지한 모습에 빠져들었고 다른 종목들처럼 스피드가 있진 않지만 은근한 매력이 조금씩 느껴졌다.

아마 처음 컬링에 들어선 차을하와 똑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제 2의 김연아를 꿈꾸는 동생 연화에 관심이 쏠려있어 본인에게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아 그게 그냥 맘편한 차을하…연화가 잘 되어 자기는 그냥 피씨방 하나 하며 그럭저럭 살아가기를 바란다.

그런 을하를 눈여겨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며루치와 산적..

멸치처럼 마른데다 이상한 만담을 늘어놓는 개성만점 며루치, 그가 있기에 우리는 책을 읽는 내내 한시도 심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집 떠난 엄마를 대신해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두 동생을 돌보고 있는 산적, 별 말이 없는 녀석이지만 그 큰 덩치에서 가끔 툭 던지는 한마디의 말은 차을하를 제압하고도 남는다.

하긴 차을하에게 산적 강산은 베어맨이니까…

거기에 코치를 자처하고 나선 츄리닝, 컬링 동호회에서 전설로 불린다는데 사실 확인은 어렵다.

컬링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네명의 멤버, 나머지 한명은 네모난 얼굴을 가진 실눈의 박카스이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이들이 만나 펼쳐지는 컬링이야기..리드, 세컨, 서드, 스킵

차례에 있던 제목들이 컬링 경기의 순서였다.

 

동생이 스케이트를 탔으면 당연 어느정도 스케이트는 탈 줄 알았는데 차을하는 처음 컬링을 시작하고 빙판 위에 드러눕기를 반복한다.

엉덩이와 허벅지는 파스냄새가 풍기고 팥죽색 멍이 들기 시작한다.

말은 하고싶지 않다고 거부하지만 몸은 마음은 서서히 컬링의 세계로 빠져든 차을하..

그는 어느새 그 차가운 빙판 위에서 며루치, 산적과의 우정을 쌓아가고 있었다.

 

어떤 스포츠든지 혼자서 하는 경기가 아닌 여러명이 함께 하는 경기는 누구 하나가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마음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만이 승리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지루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경기이지만 이들의 가슴속에는 그 어떤 것보다 뜨거운 불길이 서서히 타오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읽어버린 이 책…몇년 전에 영화로 나왔던 국가대표가 생각났다.

국가대표 역시 비인기종목인 스키점프에 관한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었다.

그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것들이 이 책을 보며 다시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왜 컬링을 하는 걸까?

그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그냥….

컬링을 하면 왠지 숨통이 트인다고…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라는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순수한 열정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