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좋다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0월 1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4건

처음으로 컬링을 만난 건 아마 책 속 주인공들처럼 몇 년 전 동계올림픽 때가 아니었나 싶다. 동계올림픽은 금메달 사냥이 유력시 되는 숏트랙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기 마련이다. 텔레비전에서도 주요 경기로 보여주고 그 사이사이 막간을 이용해 다른 나라 경기를 보여주는데 그 때 본 것이다. 둥그런 돌덩이를 볼링하듯 폼나는 자세로 밀어주고 앞 두 사람이 빗자루 같은 것을 들고 열심히 길 닦는 모습이라니. 처음 볼 때는 물론이고 경기를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온다. 하는 행동에 비해 너무도 진지한 그들의 표정이 더 웃음짓게 만든다.

컬링이런 그런거다. 분명 경기 종목으로 존재하고 선수로 뛰는 사람들이 있지만 누구에게 대놓고 컬링선수라 말하기도 뭐하고 말해봤자 제대로 이해받지도 못하는 그런 거 말이다. 그러면서 왜 작가는 컬링이라는 종목을 선택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우연히 접한 컬링이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딴 짓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확 마음을 끌었다고 한다. 딴 짓하고 있는 느낌. 그래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딱 그렇다. 그 아이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던 어른들의 눈엔 그저 딴 짓, 허튼 짓하고 있는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지독한 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면서, 그 생존자로서의 당당함을 함께 누리기 위해서 어른들은 그저 최고가 되길, 최정점에 서는 마지막 한 사람이 자신의 자식이길 바란다. 하지만 최고여야만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최고는 하나지만 최고를 향해 가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최고가 되지 않았다고 해서 의미없는 삶은 절대 아니다. 어쩌면 그들에게 정말 행복한 시간은 최고의 정점에 선 순간이 아니라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들이 아니었을까?

책 속 주인공들은 모두 주변인들이다. 아니 그보다 더하다. 주변을 맴돌지도 못하고 소외한 상처를 안고 있다. 산적, 며르치, 으랏차, 박카스. 거기에 추리닝까지. 그들의 삶이 힘겨웠던 것은 산적 말대로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려했기 때문일게다. 새로운 길을 내서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 선언하는 산적의 모습이 대견해 보이면서 한편으론 짠하다. 이제 겨울 고등학생의 신분인 산적에게 이런 삶의 무게를 얹게 되어서 말이다. 하지만 현실 속엔 더 어려운 산적들도 많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을 뿐이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서 제일 듣기 싫어하는 답변 중의 하나가 ‘그냥’이다. 도대체 yes라는 건지 no라는건지 애매모호한 말이 바로 그냥이다. 하지만 ‘그냥’ 속엔 또다른 의미가 있다. 맥아리 없이 털레털레 끼어든 모습이 아니라 모든 걸 내던지고 뛰어드는 열정이 그 속에 들어있다. 한 스님은 어린아이는 따뜻하게 보살펴 주는게 사랑이고 청소년은 말없이 지켜봐 주는게 사랑이라고 하셨다. 이제 아이들을 ‘그냥’ 말없이 지켜봐 줄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