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주인공인 고1 차을하는 모든 고등학교, 학년과 반에 있을법한 너무 평범해서 그 평범함이 특별할 정도의 남학생이다. 슬슬 찾기도, 이루기도 힘든 꿈에 슬슬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진 일군이 아닌 이군의 집단에 속한 남학생이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점이 하나있다면 빌어먹을 동계스포츠와의 끈적할 정도의 인연이다. 동생 차연화는 이름도 비슷한 김연아 언니를 따라 피겨 스케이팅에 나름 재능 비슷한 걸 찾아 몰아붙여지고 있는 중이고, 본인 차을하는 벌 청소중 성인용과 산적이라는 이상한 콤비에게 발견되어 한 달에 삼 만원이 드는 낯선 컬링에 발을 디딘다. 자신은 보기엔 얼음바닥을 웃긴 자세로 쓸어대는 로봇청소기를 든 사람들이 이해되지 않다. 산적의 거친 포스라는 심리적인 압박에 부딛혀 가입한 쓱싹쓱싹 컬링 동호회는 빗자루를 들고 설친다. 그런데 자신도 기초를 하다보니 슬슬 게임에 참여하고 싶고, 넘어지면서 생기는 멍과 근육통도 뭔가 뿌듯하다. 갈수록 무의식중에 원안에 물체를 튕겨 넣고 있다. 이유를 묻자면 대답은 그냥이다. 화랑중에서 야구로 유명했다던 강산과 서인용은 중학교 때 재일교포 캐나다인 선생님에 의해 컬링에 맛을 들여 그때 느꼈던 느낌을 되찾고자 하고 그냥, 컬링을 하게 된 차을하는 점점 삼총사에 익숙해진다. 예전 중학생 팀의 멤버였던 박카스가 살게 된 시골에 대회참여를 위한 전지훈련도 간다. 루저들의 스포츠. 그 말이 맘에 든 차을하는 이사장아빠를 둔 남궁최강의 괴롭힘에 의해 야구의 재능을 버려야 했고, 후에는 누명까지 대신 뒤집어 써야했던 산적과 며루치와 으랏차가 된다. 평범하게, 손이 가지 않는 아이의 덕목인 그냥 그렇게 사는 길을 버리고 친구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일을 벌였던 모습은 스톤 같다.
나도 예전에 어쩌다가 스톤경기를 본 적이 있었다. 정말 청소 같은 경기다. 돌이 밀어지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청소부처럼 한때 유행했던 청소기 같은 브룸을 들고 열심히 앞을 쓸어준다. 정말 간단해 보이고 웃긴 스포츠다. 그런 스포츠를 한다는 청소년의 이야기에 대체 컬링의 매력이 뭔지 알려 주겠구나 싶었다. 차을하 라는 어딜 가나 볼 것 같은 너무 평범해서 지나가면 지나간 것도 모를 거 같은 고등학생 오빠. 역시 어딜 가나 있는 깝죽거리는 오빠 서인용. 사라져버린 엄마에 동생 둘을 알바를 하며 키워줘야 하는, 그래서 학교를 포기하는 선택을 했던 재능에 비해 환경이 안 따라준 산적 강산. 전혀 외적으로나 나 같은 여중생이 딱 보고 반할만한 매력 포인트는 없다. 근데 이 오빠들이 그냥, 어쩌다가 시작하게 된 컬링을 스케이트장에서, 한 달에 삼 만원을 내고 태릉 연습장에서 나름 코치라는 사람도 두고 차연화 라는 응원군도 둔 채 하는 모습이 재밌었다. 무엇보다 정말 평범한 학생이었던 차을하와 서인용이 남궁최강의 음모를 밝히기 위해 대자보를 붙이고 학주에게 ‘쳐’맞는 모습은 내게 인상적이었다. 나같이 평범한 존재감 없을 거 같은 여중생이 말하건데,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평화롭고 조용히 살 수 있는 방법은 불의를 못 본채하고, 용기는 조용히 나중을 위해 미루고, 모든 것을 용납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넘겨버리는 마음이다. 쓸데없이 나대거나 행동하는 것은 금물이고 내 몸을 힘들게 한다. 근데 이 들에게 생겨난 이 쓸데없는 용기가 너무 멋있었다. 그냥, 컬링에 입문하게 된 그들이 너무 부러웠다. 삶에 별 재미도 없이 살아가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컬링이라는 친구도 사귀고, 경험도 쌓고, 컬링이라는 정말 왜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재밌는 그런 스포츠도 하게 되는 게 어디 만나기 쉬운가. 나도 이렇게 그냥, 이라며 호기롭게 이상한 무언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회를 만들 수 있길 바라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