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컬링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0월 1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4건

 

생각보다 몰입이 잘 되는 책은 아니었다.

아니다. 그렇게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겠다.

어쩌면 내 상황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

 

소설을 읽을 땐 무엇보다 ‘호흡’이 중요한데.

사실 아주 길거나 어려운 소설이 아니라면

그냥 한 호흡에 쭉 읽는게 가장 좋다.

영화를 삼십분보다가 조금있다가 이어보다가 이어보다가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데 이 소설책을 사흘, 아니 나흘에 걸쳐 읽었으니

쭉 몰입해서 읽기가 어려울 수 밖에.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읽다가 솔이 쭈쭈도 줘야하고, 기저귀도 갈아줘야하고

음식, 설거지, 빨래, 청소와 같은 집안일까지.

역시 학교에 나갈 땐 집에 있으면 책도 더 많이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아니다. (그건 혼자서 그냥 놀때지.)

오히려 학교에서 아침시간이나 점심시간. 방과후 틈틈히 읽는 책이

더 집중되고 속도도 붙는다.

그런 점에서 육아휴직을 하고 있는 지금,

책을 집중해서 많이 읽긴 최악의 조건.

(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거지)

통과~

 

올해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문학동네나 창비 같은 곳의 수상작들은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인데

일단 어느 정도는 작품에 대해 보장이 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그냥 궁금하기 때문이다.^^

이 책도 많은 언론에 나오길래 좀 궁금했는데

운좋게 연못지기 도서로 배송되어 읽게 되었다.

 

‘응?’

‘오빠는 좋겠어’

‘뭐가?’

‘컬링해서’

‘너도 컬링 좋으냐? 그럼 동호회 나와. 두 번만 연습하면, 아니

넌 운동신경 있는 편이니까 한번만 연습해도 게임할 수 있을거야.’

‘그거 말고. 오빠들은 네 명이 하잖아.’

‘…..’

‘나도 같이 하는 거 하고 싶어.’

_202쪽

 

 

며루치, 산적, 으랏차.

이렇게 세 아이가 중심에 서있다. (물론 별명)

어딘가 가볍고 촐랑대고 깐족거리는 느낌이지만 의리하나는 최고인 며루치.

반면에 아주 듬직하고 과묵하며 미련하게 우직하기까지한 산적.

그 사이쯤에 해당되는 으랏차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하지만 마음이 깊고 생각이 많다.

 

이야기는 며루치와 산적이 으랏차에게 컬링을 함께하자며 시작된다.

컬링대회에 나가기 위해 팀을 꾸리는데 팀원을 찾다가 선택받은 것이 으랏차.

그들이 만나 컬링을 배우고, 대회를 준비하고, 그러면서 서로 가까워지고

하나 둘 자신들의 이야기를 드러내고.

우스개 소리를 나누고 낄낄거리는 그들의 앞모습 뒤에 있는

상처와 고민들이 후반부에 가면서 하나씩 드러난다.

 

표지나 제목을 봐서 ‘컬링’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

뒤에 작가의 말에도 썼듯 그저 컬링이라는 운동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고있다.

재료는 아이들이고 컬링은 양념정도일뿐.

 

 

‘왜 나였냐?’

‘……..’

‘왜 나야?’

‘너, 진짜 살기 싫은 표정이었으니까.’

‘….왜 하는 거냐?’

‘………’

‘왜 하는 거냐, 컬링?’

‘그게….중요하냐?’

‘듣고싶다. 왜냐?’

‘그냥’

‘그.냥.’

‘숨통이 툭 트이더라. 왠지 모르지만 그냥.’

 

_276쪽

 

 

며루치와 산적, 으랏차. 세 아이 모두에게 상처가 있다.

그리고 컬링은 그 상처로 숨막히는 세상에 숨통을 트여주는 그 무엇이 된다.

세상을 살면서 ‘그냥 좋은 것’ 하나쯤은 있는 것도 행복하지 않을까.

 작가에게는 그게 소설을 쓰는 일이었다고 했다.

 

나에게는 무엇일까.

그. 냥.

내 삶에 숨통을 트여주는 그 무엇이.

 

 

*

화려한 겉지를 벗겨내면

이렇게 예쁜 노란 책에 스톤과 브룸이 있다.

이게 더 맘에 들어서

난 읽는 동안 이렇게 들고 있었다.^^ 

 

 

 

**

책을 읽고 있는데 캡틴이 ‘헉, 이젠 컬링이야????’했다.

 

그래, 그럴만하다.

 

청소년소설의 공식같은 느낌.

 

여러 아이들이 나오고,

그 아이들이 세상과 학교에 지쳐 마음을 둘 무언가가 필요하지.

그건 연극이기도 하고, 만화이기도 하고

춤이기도 하고, 그림이기도 하고

그리고 고민과 어려움을 이겨낸다는 ..

이런 공식.

 

물론 그 공식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도 다르고

주려고 하는 메시지도 다르지만

좀 반복되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