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컬링]함께하는 컬링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0월 1일 | 정가 11,000원
수상/추천 블루픽션상 외 4건

예전에 TV에서 컬링을 봤을 때 경기규칙을 모르다 보니 그들이 하는 모습이 생소하기만 했다. 문득 그들을 보며 다른 종목이 아닌 컬링을 선택했을까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리 알려지지 않은 종목을 선택하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경기를 그들은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들의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컬링을 하는 사람들이 여기도 또 있으니? 한 덩치 하는 외모 때문에 ‘산적’이라 불리는 전직 야구선수 강산. ‘며루치’ 나 ‘성인용’이라 불리는 서인용. 차차라차차 차을하.작은 키에 떡 벌어진 어깨 위로 목이랄 게 없이 바로 이어지는 머리마저 사각형인 박카스. 네 사람과 감독을 자처하는 추리닝의 무한 컬링 사랑이 시작되는데…

사는게 그닥 재미없고 무기력하기까지 한 아이 을하에게 컬링을 하는 산적과 며루치가 스카웃(?) 제의를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학교나 다른 곳의 지원은 없고 자신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링크장 연습 비용을 만들어 가면서 그들이 컬링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왜 하는 거냐. 컬링?”

(중략)

“그냥.”

“그. 냥.”

“숨통이 툭 트이더라. 왠지 모르지만, 그냥.”

- 본문 275쪽 ~ 276쪽

그.냥. 내가 좋아하는 말이고 자주 하는 말이다. 무엇인가 좋아하는 이유를 수백가지를 가져다 말한들 ‘그냥’이라는 말에 대적할 수 있을까? 이들이 컬링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냥. 조금은 무책임하게 들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이유로도 말할 수 없기에 가장 적절한 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낯선 운동을 소재로 이야기 하면서 그들이 겪는 아픔을 너무 담담히 그려갔다. 아직은 자신의 꿈을 확실히 찾지 못해 방황하는 시기이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들이 컬링을 하며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찾고 꿈이 무엇인지 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전혀 중요치 않은 일이다. 그래도 우리는 하고 있다. 컬링. 이 어둠 속,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달려간다. 함께하기 위해서. 아마도 그래서 하는 것이다. 컬링, 우리는 하고 있다. - 본문 279쪽

절대로 사람들 앞에서 읽으면  안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킥킥거리며 웃다가 어느 순간에는 훌쩍거리고 있으니…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함께 컬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