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꾼과 선녀 혹은 선녀와 나무꾼, 다양한 각도로 즐기자.

시리즈 비룡소 전래동화 18 | 오정희 | 그림 장선환
연령 5~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9월 28일 | 정가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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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에서 출간된 『옛이야기와 어린이책(김환희 저)』을 읽고 나서 여러 가지 다양한 각도로 만들어진 그림책들을 비교하면서 읽는 새로운 재미가 생겼다. 지금까지 전래동화나 세계명작처럼 이름난 원작을 재구성한 그림책인 경우에는 글 작가와 그림 작가의 역량을 따지거나 어느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비교해서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했었다. 읽을 책은 많은데 굳이 원전이 같은 이야기를 중복해서 읽어줄 필요가 있겠냐는 짧은 소견에서였는데 다양한 이야기들을 비교하면서 읽어줘야 하는 필요성에 대해서 새로운 인식이 생긴 셈이다.

거의 대부분이 구전으로 글이 아니라 말로 전해져 오는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들이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른 특색을 보이는 옛이야기 중 작가가 어느 이야기를 취합하느냐에 따라 옛이야기의 방향이 결정된다. 특히‘선녀와 나무꾼’ 혹은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는 다양한 진행과 결말로 유명하다. 같은 이야기지만 개개인이 조금씩 다르게 기억하는 옛이야기의 대표라 할 수 있다. 하늘나라로 올라간 선녀와 나무꾼이 재회해서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 하늘나라로 올라간 나무꾼이 하늘나라 임금이 내준 힘든 과제를 해결하고 선녀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 지상의 어머니가 그리워 땅에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지 못하고 슬퍼하다 죽어서 수탉이 되었다는 이야기 등이 있다. 이 책 『나무꾼과 선녀』에서는 ‘수탉 유래담’을 담아내고 있다. 여권신장 바람에 편승해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제목을 익숙하게 꿰찼을지는 모르겠지만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제목은 옛이야기의 초점이 선녀에게 맞춰줘 있고 나무꾼은 따라가는 캐릭터로 잡아나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비룡소에서 출간된 『나무꾼과 선녀』는 우리에게 익숙한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제목 대신 ‘나무꾼과 선녀’라는 제목을 택함으로써 나무꾼이 중심이 되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다는 강한 의지를 짐작케 한다.


줄거리를 정리할 필요를 못 느낄 만큼 뼛속까지 아는 이야기지만 워낙 다양한 유형들이 소개된지라 이 책 『나무꾼과 선녀』에서 다루고 있는 방향을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보자. 사냥꾼으로부터 노루의 목숨을 구해준 보답으로 선녀의 날개옷을 훔쳐 선녀와 아이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나무꾼이 아이 넷을 낳을 때까지 날개옷을 돌려주지 말라는 노루의 당부를 어기고 결국 날개옷을 꺼내 보였다가 선녀와 이별하고 만다. 다시 노루를 찾아가 하늘나라로 올라갈 방법을 찾게 된 나무꾼은 하늘나라에서 가족들과 재회를 하게 되지만 땅에 두고 온 어머님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이 커져만 간다. 보다 못한 선녀가 나무꾼에게 날개달린 용마를 타고 어머님을 뵙고 오라고 말하는데 오랜만에 재회한 아들이 좋아하는 박고지 죽을 서둘러 먹여 보내려는 어머니의 마음이 일을 그르치고 만다. 뜨거운 박고지 죽이 말 등에 떨어지고 그 바람에 나무꾼이 말에서 떨어지고 용마는 사라져서 하늘로 돌아갈 길은 영영 막혀버렸다. 밤낮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슬퍼하던 나무꾼은 죽어서 수탉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나무꾼과 선녀』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장성환 그림 작가의 목탄화라 할 수 있다. 전래동화 대부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적인 수묵화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그림이 눈에 띈다. 무심한 듯 거침없이 혹은 정성스레 꼼꼼하게 목탄으로 그려낸 그림이 하얀 여백과 어우러져 시원하게 열려있다. 하늘 아래 시원하게 드러난 계곡물은 그 발원지인 깊은 산을 짐작케 하고, 바위산이 멀리 보이는 숲은 그 깊이를 한없이 감추고 있고, 험준한 산세는 끊임없이 이어져 백두대간과 합류라도 할 기세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와 더불어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림의 힘이다. 


『나무꾼과 선녀』와 다른 각도로 나무꾼이 하늘나라에서 옥황상제의 과제를 이행하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그림책은 시공주니어의 『선녀와 나무꾼』을 들 수 있다. 비룡소의 『나무꾼과 선녀』와 시공주니어의 『선녀와 나무꾼』을 함께 읽는다면 이 이야기의 거의 모든 이야기들을 읽는 셈이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