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우리집 문제도 좀 해결해 주면 안될까요??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1년 11월 11일 | 정가 9,500원

마틴에게..

당신 소설을 읽고 나서 도둑님(?)에 대한 새로운 뷰를 갖게 되었어요. 당신 같은 도둑님들만 있다면야 내가 뭐 우리집에 식료품 쪼매만 더 사다 놓을 수도 있어요. 당신 몫으루다가 … 

처음에 당신의 그 길고 긴 이중생활에 대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아무리 티 안나게 조금씩 집어온다고 해도.. 그리고, 고객이 어차피 버릴 물건이라고 해도 그런 조마조마한 생활은 역시나 당신 삶에 너무나 큰 짐이 될 것 같았어요. 그리고,, 조금씩 귀중품에 손을 대고 인터넷으로 팔아버리는 걸 보면서 ‘아!!! 도를 넘었어.. 인제 당신은 잡혀야 해!!’ 라고 당신에 대한 실망감이 차고 넘쳤었지요..

일단, 당신이 그 긴 시간동안 고객들의 눈을 피해 가계안정을 도모한 점은 그냥 좀 귀엽게 봐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고객들도 잃어버렸는지 원래 있던 물건인지조차 모르는 물건이라면, 그들에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물건이니 필요한 당신이 취득한다 해도 뭐 그리 대수일까 생각도 했지요.. 하지만, 역시 불법취득이잖아요.. 하루빨리 정리되기를 바랬는데…

당신은 성격이 무지 꼼꼼하더군요. 그래서.. 그 정도 꼼꼼함이면 다른 일을 해도 성공했을 것 같았어요.. 프로그래머 같은 일은 정말 꼼꼼해야 하거든요. 당신에게 그런 기회가 오지 않았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큰 낭비일거예요.

당신이 고객들에게 쏟는 정성은 정말 대단하더군요. 아마 가족이라고 해도 그렇게는 못했을 것 같아요. 고객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은 당신처럼 사소한 것이라도 절대 놓치치 않는 세심함에서 나오겠지요. 그래서 전, 그 세심함이 고객에 대한 배려로 승화하는 것을 보며, 아니.. 배려가 아닌 희생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을 보며  어쩌면 당신은 그냥 도둑님(?)으로 살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객의 수호천사로 말이예요.

당신도 그런 일을 하면 일종은 사명감, 천명 같은 걸 느끼지 않았나요? 당신이 생활용품과 몇가지 돈이 될만한 물건을 고객 모르게 빼나가는 것에 비하면, 당신이 한 일은 그들에게 행복과 생명을 주었지요.  고객들은 아마도 자신들의 기도가 통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겠지요. 도움을 받은 사람은 꼭 다른 사람을 돌아보게 되요. 그게 무슨 빚을 갚는게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당신은 세상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파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고객에 대한 당신의 짝사랑은 그들의 아픔을 당신의 아픔으로 느끼게 했고, 그들의 위험을 당신의 위험으로 받아들이게 했지요. 길게는 10년 가까이 당신의 고객으로 살아온 그 사람들은 아마도 정말 자신을 살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느꼈을지도 몰라요. 불안함이나 이상함 같은 분위기가 아니라, 따스한 눈길, 손길 같은 거 말이예요.

마틴.. 혹시 우리집에도 오신 건 아닌지.. 아니겠다. 우리집은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남아도는 생필품도 거의 없으니까. 그치만 우리집에도 함 들러주시면 안될까요? 우리집에 와서 하루하루 찌들어 생활하는 우리 가족을 새로운 눈으로 관찰하고 필요한 조치(?)를 좀 취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당신을 위해 여분의 생필품을 조끔씩 장만하지요.. 두루마리 화장지 2-3롤 더, 치약 1-2통 더, 참치 통조림과 햄, 사과 1-2알 정도는 기꺼이 당신을 위해 드릴 수 있다니까요!!

꼭 한번 들러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