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을 아시나요? 도를 아시느냐는 물음과 비슷한 질문이 될려는지…

운동을 숨쉬는 것 빼고는 전혀 못하는 몸를 타고 났지만 경기 관람은 누구 보다도 좋아한다.

동계올림픽 중계에서 우연히 본 컬링 경기는 참 희한했다.

얼음판 위에서 벌어지는 우리나라 최강의 종목 쇼트트랙, 그리고 김연아 덕분에 관심이 많아진 피겨 종목등 화려한 볼거리와는 상관없는 컬링
경기는 참 독특한 풍경이다.

둥그렇고 묵직하게 생긴 돌을 밀면, 선수 두명이 열심히 비질을 한다.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그 모습만 봐도 감동스러울 때가 있다.

그리고 그 돌이 원의 중심에 가깝게 있는 팀이 승리하게 되는 경기다. 번갈아 공격을 하기 때문에 자신의 팀의 스톤이 원의 중심에 있다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곧 상대팀의 스톤이 우리팀의 스톤을 치고 들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컬링 경기를 넋놓고 보고 있자니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일등을 하기 위해 경쟁을 하고 중심을 향해 달려가지만 나보다 더 집안 좋고 스펙 좋은 놈이 달려와 내 자리를 냉큼 빼앗아 가버린다.

그럼 나는 하염없이 밀려서 원 밖으로 나가게 된다. 어떤 돌은 원 근처에 가보지도 못하고 어떤 돌은 원을 멀리 벗어나 먼 곳으로 가버려서
경쟁은 하지도 못하는 신세가 된다. 원 가까이에서 경쟁이라도 할 수 있는 돌은 그나마 다른 돌들에 비하면 운이 좋은 것이다.

 

그냥, 컬링은 제5회 블루픽션 수상작이다. 블루픽션 시리즈를 한 참 재미있게 읽어야할 아이 덕분에 엄마가 더 재미있게 읽고 있는
시리즈이다.

제목을 보면 컬링을 주제로 한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컬링은 변방을 살아가야하는 우리 십대 아이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장치로
생각하고 싶다.

초반부에는 아이들의 대화체가 무슨말을 하는지 쉽게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 점점 이야기에 빠져 들면서 이런 나쁜….그러다가 아이들이
강산이를 구해냈을 때 정말 장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동물들이 사는 세상이나 인간이 사는 세상이나 힘이 지배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부모의 권력과 돈이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물려져 친구를 괴롭히기도 하고, 죄를 덮어 씌우는 엄청난 짓을 공모하기도 한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자신과 동생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의 빚을 갚기 위해 힘들게 일하는 아이에게 세상은 절대로 따뜻하지 않다.

오히려 부모가 없다는 이유로 더 홀대한다.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친구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으랏차,산적,며루치,추리닝 이름 보다 별명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으랏차의 아빠가 인형 눈 붙여서 준다고 하던 용돈, 중국집에서 양파 까듯 해야 하는 컬링의 입문 단계

재미있고 기억에 남는 문장이 많았었는데, 내 기억력이 안 좋은 것을 탓할 뿐이다.

컬링을 몰랐던 사람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컬링에 대해 알게 되었을 것이다.

으랏차는 왜 루저의 스포츠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을까? 나도 으랏차 처럼 그 말에 마음에 든다.

이 세상은 수 많은 루저들이 만들고 가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