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이보다 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연령 6~10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1997년 6월 15일 | 정가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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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사람 (보기) 판매가 10,800 (정가 12,000원) 장바구니 바로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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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그린 단순화된 그림과 펜으로 표현할 수 있는 흑과 백이 전부인 그림인데 전하는 메시지가 강한 그림책이다. 복잡다단하고 첨예한 대립각으로 무장한 전쟁의 무모함과 어리석음을 이보다 더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는 전쟁에 대한 쉽고 빠른 이해를 도와주고 어른들은 아하! 그렇구나! 하면서 무릎을 탁 내리치며 공감할 것이다. 평화를 소리 높여 부르짖지도 않고 전쟁의 참상을 과장되게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흘려간다.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누고 뒤엉켜 싸우고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전쟁터의 모습이 오히려 코믹하기까지 하다. 데이비드 매키의 전쟁에 대한 풍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전쟁>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함께 읽어도 좋을 듯하다.


<여섯 사람>은 마치 여섯 사람의 시작과 끝을 들려주는 듯 하지만 전쟁이 어떻게 시작되고 어떤 방식으로 전개되고 점점 요원해 보이는 평화적인 해결책은 어디서 찾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평화로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땅을 찾아 떠돌아다니던 여섯 사람이 마침내 정착할 기름진 땅을 찾았지만 자기네 땅을 빼앗길까봐 감시탑을 세워 망을 보게 된다. 초조한 불안감에 보초를 서줄 힘센 군인을 뽑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하지만 평화가 계속되자 군인들이 싸우는 방법을 잊을까봐 또 하는 일도 없이 돈을 주어야 하는 새로운 걱정이 생긴 여섯 사람은 평소 눈독을 들였던 가까운 농장에 군인들을 보내 농장을 빼앗으라고 명령한다. 힘의 맛을 제대로 본 여섯 사람은 그때부터 주변에 있는 모든 농장을 갖고 싶어지고 군인은 여섯 명에서 수가 점점 늘어나게 된다. 한편 여섯 사람의 침략을 피해 강 건너로 도망간 농부들 또한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여섯 사람 군대에 대비해서 전쟁을 준비한다. 결국 강을 사이에 두고 대치해 있는 두 집단. 중립지역인 강위를 날아오르던 물오리를 향해 동시에 화살을 쏜 보초들이 서로에게 전쟁선포로 받아들이는 오해를 불러오고 큰 싸움을 하기 시작한다. 


양 진영 모두 살아남은 사람은 여섯 사람씩뿐이다. 서로 반대방향으로 길을 떠난다. 이야기의 시작처럼 평화로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땅을 찾아서 말이다. 결국 숱한 상처들을 남기고 허무하게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아니, 오히려 원점보다 못한 상황이다. 적대적 관계가 새로이 생겨났으니 갈등과 반목의 전쟁을 이어갈 명분이 생긴 것이다. 반대방향으로 떠나 새로이 정착한 땅에서는 더 높은 감시탑과 더 막강한 힘을 갖추려 할테고 적대적 관계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만 갈 것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현재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전쟁의 시작인 거창한 대의명분 뒤에는 작은 오해나 소소한 이유들에서 그 시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물오리 한마리 혹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었던 파리스의 사과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