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인격체로 생활하며 서로를 이해해본다.

시리즈 아딸 2 | 이가라시 다카히사 | 옮김 이영미
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1년 11월 25일 | 정가 8,500원

아빠와 내 몸이 바뀌었던 적이 있고 2년 후 이번엔 엄마까지 늘었다!

‘아빠와 딸의 7일간’ 의 후속 작으로 더 풍성해진 재미와 감동 왕년 디스코의 여왕이었던 춤꾼 엄마까지 바뀌어 종잡을 수 없는 드라마 같은 책이 여기 있다.

“수험공부도 열심히 해 그래도 명문대에 들어가고 오직 한 선배만 바라보고 사랑했는데 왜 지지리도 운이 없게 또 바뀌냐고요!!!!”

아빠가 된 고우메의 소리 없는 외침이다. 엄마는 고우메의 몸 안으로 아빠는 엄마의 몸 안으로 딸은 아빠 몸 안으로 각자 다른 몸 안에 다른 영혼이 어찌된 영문인지 혼동하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대학 입학식 날 아침 할머니가 보내온 복숭아를 주스로 마신다. 그날따라 맑은 날씨였는데 갑자기 비가 오고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올 때 벼락을 맞아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 후 놀랍게도 세 사람의 영혼은 바뀐다. 이를 어찌할꼬? 하지만 각자 역할에 충실할 방법 외엔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리하여 엄마는 딸의 아르바이트와 대학생활을 하고 고우메는 회사에 가 근무를 하며 아빠는 집안일을 한다. 그런데 엄마는 신입생환영회에 왕년 춤 실력을 선보이고 아빠는 고기를 3만 엔이나 사고 세탁기를 고장 내고 딸은 회사의 비밀과 비리에 연루되고 만다. 과연 이 가족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빠와 딸의 7일간] 을 읽지 않았지만 이해도 쏙쏙 되고 무엇보다 전개가 드라마처럼 묘사가 잘 되어있어 후루룩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빽빽거리고 제대로 말도 안했던 이 갈등 있는 가족이 인격체가 바뀜에 따라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발상은 좋은 것 같다. 이미 청소년이나 학생 자녀가 있는 가족은 자녀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고민을 듣는 가족은 흔치 않다. 서로의 방에서만 생활하고 날카로운 사춘기를 내세우며 가족의 갈등은 늘어난다. 고우메네 가족도 다른 가족과 같이 서먹서먹하고 심부름도 안하는 말 그대로 대화가 필요한 가족인데 몸이 바뀜으로써 같이 머리를 맞대고 궁리하고 모면할 회의를 하느라 대화시간이 늘어나고 궁금한 게 많아지는 모습을 보니 아직은 틱틱한 부분도 어색한 부분도 있지만 차차 나아지는 모습에 내가 더 흐뭇할 지경이었다. 후에 복숭아나무를 찾기 위해 비오는 날 산에 올라가 서로를 지키려고 한 부분 또한 감동적이었다. (물론 서로 떨어트리지 않게 하기위해 아등거리던 그 낭떠러지가 바닥과 2m밖에 거리차이가 안 났다는 반전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만날 조용한 게 좋다며 자신의 공이 자신보다 낮은 사원에게 돌아가도 ‘회사일이란 그런 거다.’ 라며 엄마와 딸의 잔소리에도 그저 듣기만 하던 작은 아빠가 회사비리를 들추고 밝혀내려 노력하는 부분도 아빠는 원래 이런 존재인데 우리가 우습게 봤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우메의 덤덤한 말과 엄마의 톡톡 튀는 말을 비교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묘미다. 이미 아빠로 한번 변한 적 있어 덤덤한 고우메와 달리 처음 있는 황당한 사건에 소리를 지르고 울고 화를 내는 엄마의 모습에 고우메가 더 엄마 같다. 라는 생각을 한건 나만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또한 왕년에 디스코 방을 주름잡던 인기녀였던 엄마가 전업주부로 단조롭게 살기 얼마나 몸이 근질거렸는지, 고우메의 동아리 환영회 때 춤 실력을 보여준 부분에서 알 수 있었다. 단순한 일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던 건 엄마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이일로 엄마는 피곤도 느꼈겠지만 얼마만의 젊음인지 오랜만에 느끼는 생기와 혈기에 기분이 신났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후 문득 우리 엄마도 왕년에 어땠을까하는 상상이 생긴다. 그때도 엄마에겐 젊음과 청춘이 있었을 테고 우리를 위해서 전업주부로 남았을 텐데…….무료한 일상에 엄마도 변화를 원하지 않을까싶다. 물론 몸이 바뀌는 극단적인 방법 말고 다른 방법으로 밍밍한 음료에 얼음을 넣어줄 무언가를 찾아봐야겠다.

톡톡 뛰는 소재와 맘에 드는 표지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았다. 다만 이 시리즈는 여기서 멈추고 새로운 소재로 우리를 찾아뵈었으면 한다. 나중에 이 시리즈를 더 이어가려고 할머니나 할아버지까지 더하면……. 왠지 그렇게까지 길어진다면 실망이 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