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역지사지 방법

시리즈 아딸 2 | 이가라시 다카히사 | 옮김 이영미
연령 15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1년 11월 25일 | 정가 8,500원

아빠와 엄마와 딸의 10일간

온전하게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많은 경험과 그 경험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 말고 더 확실한 방법은 역지사지. 내가 그 역할이 되어보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생각뿐이지만 말이다.

고우메에게는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있었다. 3년 전, 말 한마디 없던 아빠와 우연한 사고로 몸이 바뀐 후 아빠를 좀 더 이해하며 안부인사정도는 서로 주고받게 된 것이다. 이제는 아빠를 넘어서 엄마까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는 아빠뿐만이 아니라 엄마까지 세 명이서 몸이 바뀐 것이다. 처음에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던 엄마도 차차 적응하며 20대 청춘 고우메의 몸으로 엄마의 20대 젊은 추억을 되찾는다. 고우메는 그래도 한 번 겪어 봤기 때문에 아빠의 회사 일이 익숙해 아빠 못지않게 회사 일을 잘 해낸다. 다만 이제 막 대학교 신입생이 된 설렘과 남자친구를 만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화를 내긴했다. 아빠는 엄마의 몸으로 바뀌었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줄 알았던 엄마의 역할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쉽게만 생각했던 설거지, 빨래, 식탁 차리기가 아빠 손에 맡겨지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아옹다옹 다투기도 하고 갑자기 일어난 비상상황에 조급해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아가는데 유독 고우메의 집 식구들의 몸이 바뀌는 이유가 무엇일까? 원인은 바로 할머니댁 복숭아나무에 있었다. 아빠와 고우메의 몸이 바뀌었을 때도 그 날 아침 복숭아를 먹었고, 이번 가족 모두의 몸이 바뀐 날 아침에도 복숭아 주스를 먹었다. 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할머니 댁 복숭아나무를 찾아 가고, 힘든 산행 속에서 무사히 몸이 돌아온다.

몸이 한 번씩 바뀐 후에는 서로의 인간관계도 다 파악했고, 하는 일, 주변 사람들에게 받는 평가까지 모두 알게 되니 가족애가 더욱 깊게 형성될 것 같다. 서로에 대한 믿음도 견고해지고 말이다. 처음 바뀌었을 때 인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렇지 한 번쯤 바뀐다면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도 갖고, 완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봄으로써 현재 내 삶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지 않을까. 물론 혼란이 있을 것이고 만에 하나 정체성 혼동이 있을지 몰라도 실현 가능하다면 한 번쯤은 다른 사람과 몸이 바뀌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의 몸이 바뀐다면 고우메의 가족들처럼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우리 가족이 만약 몸이 바뀐다면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내 상황을 알릴 것 같다. 고우메의 가족은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 가족 내에서 합의를 본다. 하지만 나는 서로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완벽한 상대방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 그 안에 실수가 있을 것이고, 오해의 여지가 생길 것이다. 나는 내가 말한 사실들을 믿어줄 내 주변 사람들을 믿고, 또 주변 사람들도 알고는 있어야 내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뀐 몸대로 살아가되, 주변 사람들의 이해를 바라는 것이다. 다행인 건 우리 가족, 먼 친척 중에서도 복숭아나무 근처에 사는 사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