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가 확실한 옛이야기의 매력

시리즈 비룡소 전래동화 19 | 김기택 | 그림 장경혜
연령 5~9세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12월 16일 | 정가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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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에 게으름뱅이가 살았다. 게으름뱅이가 하는 일이라곤 밥 먹고 똥 싸기, 방 안에서 뒹굴기, 방귀 뀌기, 코 후비기, 코 골면서 낮잠 자기 뿐이었다. 어느 정도 게으름뱅이인지 알겠지? 언젠가는 가뭄이 들어 마을 사람들이 물을 퍼나르느라 땀을 뻘뻘 흘리는데도 게으름뱅이는 방 안에만 앉아 있었다. 보다 못한 아내가 잔소리를 좀 해대자 그 길로 게으름뱅이는 베 두필을 챙겨 가출을 하였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모르시나 보지. 그렇게 고개를 올라가다 어떤 노인이 소머리탈을 만드는 걸 보게 된다. ” 일하기 싫은 사람이 쓰면 아주 좋은 일이 생긴다” 는 노인의 말을 듣고 얼씨구나 하며 그 소머리탈을 써 본다.

그런데 소머리탈을 쓴 순간, 탈이 갑자기 얼굴에 처억 하고 달라붙더니 진짜 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음메 음메” 소리만 날 뿐. 노인은 소가 된 게으름뱅이를 데리고 장터에 팔러 나간다.

어떤 농부에게 팔린 게으름뱅이 소는 죽어라 일만 하게 된다. 사람일 때와는 정반대 신세가 돼버린 것이지. 그러길래 사람일 때 덜 게으름 피우지….. 하도 일을 해서 코뚜레에서 피가 나고, 발굽에서도 피가 나고, 온 몸은 멍이 들고. 게으름뱅이는 너무 힘들던 차에 노인이 농부에게 당부 했던 말 ” 이 소에게 절대 무를 먹이면 안 되오. 무를 먹으면 죽게 된다오 .” 하던 말을 기억하게 된다. 이러고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어 농부 몰래 무밭에 가서 무를 먹어 치운다. 게으름뱅이 소는 과연 어떻게 될까? 그대로 죽게 되는 걸까?

왜 소였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 본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굉장히 중요한 일손이었다. 소만큼 쉴 새 없이 일하는 동물이 과연 있을까! 죽어서도 소는 하나도 버릴 게 없지 않는가! 어떻게 보면 참 불쌍한 동물이다. 따라서 게으름뱅이의 나쁜 버릇을 고쳐 주기에 딱 맞는 역할은 바로 소였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 그림책이 주는 즐거움이 하나 더 있다. 산신령 같은 모습의 노인이 책 구석구석에 숨은 그림처럼 들어 있다는 것이다. 이 4장면에서 노인을 한 번 찾아 보시라. 아이들은 이런 숨은 그림을 참 좋아한다. 서로 먼저 찾으려고 난리가 난다. 이런 숨은 그림은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장치라고 생각한다.

또한 노인이 내내 게으름뱅이를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어 게으름뱅이가 소가 되는 것이 단순히 벌이라기 보다는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한 일종의 가르침임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게으름뱅이가 죽을 각오로 무를 먹어 치우는 순간,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따지고 보자면 새로운 자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전의 자아가 죽어야 함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새 사람이 된다는 것은 옛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물론 이것은 물리적인 죽음이 아니라 정신적인 죽음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먹는 ‘무’는 그 정도의 각오로 과거와 결별해야지만 완전히 새로운 나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을 에둘러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단순해 보이는 옛이야기 속에서도 이렇게 하나하나 생각해 볼 거리들이 많다는 게 새롭고,주제가 확실해서 아이들에게는 인성교육 차원에서 옛이야기를 자주 활용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