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로이스 로리(비룡소)
한적한 마을, 서로 돕고 지내는 마을, 개방된 마을. 맷티의 마을을 표현한다면 이런 수식어가 붙지 않을까. 마음도, 마을도 열려있던 마을에서 숲을 건너 쪽지를 건네주는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는 맷티는 이 마을로 오기 전 스스로를 개차반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조언자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게 되고 공지사항이나 연락을 전달해주는 메신저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 마을에는 특별한 점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큰 숲이 있다는 점이다. 숲은 사람들에게 경고를 한다. 나뭇가지로 인한 작은 상처부터 온 몸을 할퀴는 상처들까지. 경고를 받지 않은 것도, 경고하는 숲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맷티가 유일하다. 그래서 숲을 지나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단순히 불리는 호칭 외에도 그 사람을 표현하는 다른 이름이 있다. 맷티도 단순한 호칭일 뿐 진짜 이름은 아니다. 진짜 이름은 지도자가 지어주는 이름으로 그 사람의 특징을 잘 나타내준다. 맷티가 이름 얻는 과정을 보며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식 이름 짓기’가 떠올랐다. 맷티는 지도자, 보는자와 같은‘진짜’이름을 얻기 위해서 혼자 추측도 해보고, 매일 기다렸다. 단순한 호칭이 아닌 그 사람의 내면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맷티 마을의 이름짓기는‘능력식 이름짓기’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치유하는 능력을 지닌 맷티는 치유자라는 멋진 이름을 얻었다.
항상 열려있는 숲, 능력을 보여주는 이름, 열려있던 마을과 사람들의 마음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 속에는 보이지 않는 거래가 있었다. 얼굴을 뒤덮던 상처가 사라지고 이성간의 사랑을 얻고 게임기를 얻는 대신 사람들은 인정을 잃었고, 판단력을 잃었고, 마음을 잃었다. 결국은 상처받은 사람 누구나 다 받아들이던 마을은 벽을 세우고 서로 간에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지혜롭게 지켜보던 지도자와 눈으로 앞을 볼 순 없지만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보는자는 마을을 걱정하다가 한 가지 큰 결심을 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맷티의 소중한 능력을 쓸 때가 온 것이다.
숲 속에서 우연히 다친 개구리를 만지다가 알게 된 맷티의 치유하는 능력과 숲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으로 건너 마을에 있는 보는 자의 딸을 데려오고 마을을 폐쇄한다고 공지를 붙이는 일을 맡게 되었다. 인정을 잃은 마을 사람들처럼 점점 짙은 색을 뿜으며 닫혀져가는 숲은 맷티에게도 분명 위험했다. 우여곡절 끝에 보는자의 딸을 데리고 숲에 들어왔지만 경고가 아닌 공격으로 누나와 맷티는 온갖 상처를 떠안는다. 모든 걸 포기하고 누웠을 때, 맷티는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느꼈다. 두 손으로 짙어지는 숲을,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 것이다. 마지막 힘까지 모두 치유에 쏟아부은 맷티는 기력이 다해 숨을 거두고 만다. 그렇게 갖고 싶었던 진짜 이름 치유자라는 이름을 가지고 말이다.
맷티가 숲을 다니며 공지 붙이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진짜 이름을 추측해 보았을 때 메신저라는 이름을 얻게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물론 메신저보다 더 잘 어울리는 치유자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맷티는 분명한 메신저이다. 마을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소중한 메신저가 되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인정이, 말썽꾸러기들을 가르치는 생활이 본인은 모를지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무시 못 할 훌륭한 능력이다. 다른 메시지도 많았지만 나에게 느껴진 큰 메시지는‘내가 가진 능력을 내 욕심으로 저버리지 말자’였다.맷티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지도자가 한 말의 일부인“이제 그의 재능이 필요하다고 하세요. 세상을 구할 힘이.”라는 대사는 드디어 자신이 누군가를 도울 수 있고 또 이 일로 인해 진짜 이름을 얻을지도 몰라 설레하던 맷티에게도 감동을 주었겠지만 나에게도 감동을 주었다. 내 재능으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건 참 기쁜 일이다. 누군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기 위해‘세상을 구할 힘까지는 아니여도 내 재능,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