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신발귀신 앙괭이의 설날

연령 5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1년 6월 3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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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며칠 차이인데도 나이를 먹고 나니 아이 하는 말과 행동이 작년과 또 다른 것 같다. 만으론 세살이지만, 한국 나이론 어느새 다섯살이 되어버린 40개월인데, 한살 더먹었다고 설쇠고 나니 어찌나 신기한 말들을 하는지 놀랍기만 했다. 엄마 눈에 더욱 그렇게 보이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작년에는 그냥 어른들 하는대로 넙죽넙죽 절도 잘하던 아이가 이제 쑥스러움이 생겨서인지 세배 드리라고 해도 영 하려고 하질 않고 안해~ 하면서 도망가곤 한다. 우리 명절 중에 으뜸인 설날, 사랑하는 할머니, 할아버지께 세배드리고 덕담 듣는게 얼마나 좋은 일인데.. 아이가 안하려고 해서, 세뱃돈 이야기를 꺼냈더니(세배 드리면 세뱃돈도 받고 돼지저금통에 저금도 하고, 기타 등등) 돈에 대해 아직은 별 집착이 없으면서도 세배를 냉큼 드리고 세뱃돈을 달라고 해서, 헉, 내가 잘못 가르쳤네 싶어 얼굴이 붉어졌다.

 

아이와 함께 재미나게 읽으면 좋을 알콩달콩 우리명절 시리즈 설날 편, 신발귀신 앙괭이의 설날을 읽으며 반성하게 되었다.

아이가 추석편인 분홍토끼의 추석을 너무나 좋아해서 우리명절 시리즈라면 눈부터 밝아진다. 꽤 글밥이 많은 편인데도 4세였던 우리 아이가 너무나 좋아할 정도로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그림과 글이 참으로 재미나게 잘 쓰여진 시리즈이다.

 

 

 

앙괭이가 누구지? 야광귀는 들어봤는데 하고 찾아보니, 야광귀를 앙괭이라고도 부른다고 책 뒷편 해설편에 나와 있었다.

신발 귀신 앙괭이라, 야광귀보다 우선 귀엽게 그려져있어 아이가 덜 무서워해 좋았다. 조금 더 자란 아이들이라면 무서운 귀신 그림도 잘 적응하고 보겠지만 아직은 아이가 어려 그런지 귀여운 그림을 더 선호한다. 집에 타 출판사의 야광귀 그림책도 있는데 아이가 무서워해서 그 책은 보여주질 못했고, 이 책을 먼저 재미나게 보여주었다.

새해 아침 까치의 반가운 울음소리에 잠이 깬 소원이네 가족의 설날 맞이 이야기이다.

코가 빨간 예쁜 신발을 할아버지께 선물받은 소원이는 세배도 드리고 세뱃돈도 받고 덕담도 들었다. 그리고 하얀 떡국도 맛있게 먹고 나이를 한살 더 먹었다.

 

정월 초하룻날 밤 신발을 훔쳐 신고 가는 앙괭이 이야기를 할아버지께 듣고 소원이는 울상이 되었다. 하지만 방책은 있는 법.

엄나무에 체를 걸어두면 체의 눈금을 세느라 앙괭이가 신발을 못 가져간단다.

 

여기까지가 보통의 야광귀신, 앙괭이의 줄거리이다.

그런데? 비룡소 시리즈는 거기에서 한발짝 더 나아갔다.

그날밤 자기 발사이즈에 맞는 신발을 찾아 발자국을 따라 걸어온 (아, 아무 신발이나 가져가는게 아니라 그런 거였나도 싶고, 아뭏든 저자의 재치인지 원래 있는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재미난 부분이었다.) 앙괭이가 체의 눈금을 세다가 그만~ 숫자세기 그만을 외치고 말았다.

 

 

소원이가 엄나무 체도 못 미더워서, 똥 밟은 신이라고 쪽지를 적어서 신에 넣어두기까지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앙괭이는 그 신발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앙괭이는 소원이의 신발을 신고서 전국으로 새해 인사를 다니러 다니게 된다.

 

앙괭이가 신발을 신고 가면 한해동안 나쁜일이 생기지 (할아버지가 소원이에게 해준 말)

새해 첫날 신발을 훔쳐신으면 한해 운이 엄청 좋다는데 (소원이의 신발을 신어본 앙괭이의 즐거운 독백)

 

그동안은 정말 소원이와 할아버지 등 우리 입장에서만 보고 생각해왔는데, 책에서는 놀랍게도 앙괭이의 시선으로 또다시 이야기가 받아진다.

앙괭이가 신발을 가져가는데도 이유가 있었구나, 물론 이유가 있으니 가져가는 것이겠지만 책 속에 저렇게 두 시선이 엇갈린 이야기가 나오니 더욱 수긍이 가는 대목이기도 했다.

 

궁금했던 점은 앙괭이와 같이 다니던 두 상상 속 동물의 정체가 드러나있지 않아 호기심이 생겼다. 하나는 용인것 같고, 다른 하나는 해태일까? 누굴까? 그 친구들에 대해서도 살짝 추가로라도 언급이 되어 있더라면 좋았을 것을..

설날 세시 풍속에 대해서도 동화를 통해 쉽게 설명을 해주고, 동화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설화에 살을 보태어 더욱 재미난 이야기로 만들어낸 점이 돋보였다. 어린 유아인 우리 아들이 봐도 무섭지 않으면서 친근한 귀여운 앙괭이, 올해는 이 재미난 풍속을 따라해보지 못했는데 내년에는 정월 초하룻날밤 아이 신발을 잘 숨겨두고, 체를 한번 입구에 걸어볼까도 싶다. 앙괭이가 나뭇잎 한장 넣어두고 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