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되고 싶은 까만 돌

시리즈 일공일삼 시리즈 77 | 김혜연 | 그림 허구
연령 10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1월 20일 | 정가 11,000원

  책이 배달되어 오자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 왔다. 어떤 남자애가 까만색 돌을 들고 있었다. 눈, 코, 입이 있는 것을 보니 표정이 있는 까만색 돌? 뭐 이런 것에 관한 책이 아닐까 짐작이 갔다. 그제야 제목을 보니 <말하는 까만 돌>이라고 적혀 있었다. 돌이 말을 하다니! 참 신기하다. 그래서 ‘이 책은 판타지구나’ 생각했다.

  주인공 지호는 2년 전에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아빠는 엄마가 돌아가신 충격 때문에 말을 전혀 하지 않는다. 지호는 반에서 왕따다. 새랑 벌레랑 말을 해서 반 친구들이 왕따를 시키나 보다. 사실 지호는 새랑 벌레랑 말하는 것이 아닌데…같이 말할 친구가 없어서 그러는 것인데 왜 왕따를 시키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지호가 세 악당에게 좇기고 있었다. 그런데 세 악당을 따돌렸을 때 쯤 어떤 외국인 아줌마와 부딪힌다. 다음 날 아줌마와 부딪혔던 자리에서 까만 돌을 줍는다. 돌을 만지니 자꾸 “간지러워~”라고 말해서 까만 돌이 말을 한다는 것을 안 지호는 까만 돌에게 그날그날 있었던 일을 들려주게 되는데 까만 돌에게 이야기를 해주며 지호는 어느새 수다쟁이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까만 돌이 혹시 지호 할머니가 해 주시던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신호등을 구슬로 착각해서 벌을 받게 된 도깨비가 까만 돌에게 들어간 것이 아닐까? 착한 일을 하면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고 해서 지호 같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용기를 주면서 착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안 그래도 요즘은 지호와 같은 한 부모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 부모 가정이란 지호 엄마처럼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거나 이혼 때문에 엄마나 아빠 혼자서 아이들을 맡아 기르는 가정을 말한다. 우리나라에 그런 한 부모 가정이 얼마나 될까 조사해보니 2010년 통계청 자료로 무려 총 1,594가구에 이른다고 한다. 같은 시기 전체 가구 수가 17,339 가구이니 거의 10%이다. 열 명중 한 명꼴로 한 부모 가정이라니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내 주위에 누구에게도 말 걸 수 없어 새나 벌레에게 혼잣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지호 같은 아이가 참 많은 것이다.

  어쩌면 이제 새로 시작되는 새 학기에서 같은 반 친구로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때 난 어떻게 할까 생각해 봤다. 나도 그 아이들에게 ‘까만 돌’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 까만 돌 처럼 그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고 좋은 일이 많이 생기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아직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먼저 까만 돌이 되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까만 돌은 지호뿐만 아니라 아버지까지 고쳤고 그 아버지를 통해 학교 앞에 육교를 놓게 해 많은 아이들이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만들었다. 한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도와준다는 것이 나아가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지 까만 돌이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도 그런 까만 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진짜 까만 돌 보다는 조금 더 친절한 까만 돌이 되고 싶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까만 돌을 읽어서 정말 다행이다. 먼저 한 발짝 다가가서 말을 건네 볼 용기를 얻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