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있는 가시를 고백하라>
-가시고백(김려령/비룡소)-
해일은 도둑이다. 다른 사람이 잠깐 ‘몇 분’동안 다른 일을 할 때 ‘몇 초’만에 물건을 빼 갈수 있는 그런 별다른 이유 없는 천재적 도둑이다.
그런 해일이 ‘유정란 부화’라는 실험을 하게 됐을 땐 해일도 자신이 한 말에 놀랐겠지만 책을 보던 나도 ‘웬 유정란 부화?’ 하며 놀래면서 한편으로는 웃겼다. 야자를 피하려다가 정말 ‘유정란 부화’를 하게 됐으니……. 혹시라도 우리 학교 야자가 의무가 아니라면 나도 그렇게 야자가 하기 싫어서 ‘유정란 부화’실험을 할 계획을 세울지 모르겠다.
하지만 ‘유정란 부화’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준 것 같다. 해일이네 가족들은 병아리로부터 하나가 되고, 학교 선생님은 제자로부터 맞은 후부터 경계를 표현하던 넥타이를 푼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는 병아리 ’아리‘와 ’쓰리‘의 집으로 화장대를 가져온다. 그 물건에 쓰여 있는 ’이거 버려‘라는 문구를 통해 화장대가 지란의 친아버지인 허의 이혼전 물건인 것을 깨닫고 자신의 도둑질을 고백할 결심으로 진오와 지란을 집으로 불러 허의 집에서 훔쳐온 넷북을 돌려주고 사과하며 마음속에 가시를 뽑아낸다. 소박한일에서부터 마음은 시작하는 것 같다. 그 소박한 일이 마음을 열게 하고 사람의 용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또한 이 부분에서 나는 해일이의 가시를 고백할 수 있는 용기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하고,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지란의 넓은 마음이 부러웠다. 나라면 해일처럼 용기 내어서 사과를 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지란이처럼 사과를 받아주긴 했을까……. 아마 해일, 진오, 지란, 다영……. 이 4명의 아이들은 서로 바라보는 상대가 달라도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해일은 오늘 다시 일기를 쓸 것이다. 하지만 그전이랑은 다를 것이다. 이번에는 도둑으로서가 아닌 그냥 평범한 18살 소년으로서 쓰는 일기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