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의 저자가 쓴 책이라해서 기대감을 가지고 보았다.
완득이를 볼 때에는 완득이의 행동하나하나가 그림이 그려지고
만화책을 읽을 때보다 더 많이 웃었는데 이 책도 재미있었다.
자기가 천부적인 도둑소질을 갖고 있다고 믿는 해일, 평범한 여고생이라고 할 수 있는 지란과 반장인 다영이. 그리고
POP를 잘쓰는 욕쟁이 진오.
해일이는 초반에 좀 이해가 안 됐다.
자기말처럼 생계형도둑도 아니면서 그저 손이 움직이는 대로 훔치는 거라니.
태연히 짝궁의 전자사전을 훔쳐서 몇십만원에 팔고
가끔 자기의 손이 감각을 잃었나 확인하려고 건전지를 훔치는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을 한다.
하지만 맞벌이 부모님 사이에서 자라 외로움의 자리를 대신한 도둑질은 어느새 빼낼 수 없는 가시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이 어느 고등학생과 다를바 없다는 형의 말을 듣고는 안심하며 울기까지 하는 해일이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지란이는 현재 같이 살고 있지 않은 친아버지와 사이가 안 좋다.
나름 이유가 있겠지만 그렇다고 친구들을 동원해서 친아버지의 집을 난장판으로 만든것은 그닥 마음에 안 들지만
아버지와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고 화해를 하고 여느 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이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즐거웠다.
같은 짝사랑의 아픔을 가진 다영이와 진오.
특히 적당하게 욕도 할 줄 알고 진짜 친구를 위해 생각하는 마음씨를 가진 진오가 맘에 들었다.
워낙 오랫동안 반장만 해와서 직업병이 되어버린 다영이도, 그 나이의 짝사랑으로 고생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해일이가 힘들게 고백을 했을 때 지란이의 반응이 의외였다.
나라면 전자사전 물어내라고 했을텐데 지란이 생각보다 쿨~하게 넘어갔다.
서로서로가 치유해가며 성장하는 주인공들을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완득이에서 나오는 동주선생님을 생각하면 열정적으로 할말을 다하시는 것 같고,
이책에 나오는 용창선생님은 차분하면서 할말은 다하는 선생님이신것 같다.
아이들에게 좋은 조언과 말을 해주신다. 우리도 저런 선생님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봤다.
이책을 읽으면서 반신반의하며 정말 감정설계사라는 게 있을 까 은근히 기대했는데…찾아보니 없었다.
이 책에는 미연이라는 학생도 나온다.
겉보기에는 순진한 척하지만 뒤에선 친구든 반 아이든 한 아이를 험담으로 몰아가는 바람에
친구가 하나둘 떠나게 되고 결국엔 친구가 없게 된다.
이런 미연이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다 주지 않아서 한편으론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