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가시를 빼자

시리즈 읽기책 단행본 | 김려령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2월 5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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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누구나 한 번쯤은 친구의 물건을 슬쩍해 본적도, 가장 친한 친구조차 모르는 비밀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던 적도 있을 것이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언제나 다른 사람 눈치만 보고 혼자 속으로 끙끙대기도 하며 말이다. 이렇게 혼자 끙끙대다가 누구한테 터놓기라도 하면 손에 박힌 가시를 빼낸 듯 마음이 시원하다. 가시를 빼낸 듯한 고백, 이걸 바로 가시 고백이라고 한다.

 

해일이에게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이 뻗어나가는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도벽 증세. 어렸을 적부터 남달랐던 빠른 손놀림으로 친구의 지갑은 물론이고 슈퍼의 건전지까지 간단하게 훔친다. 묘한 죄책감을‘거기에 있는 그것을 가지고 나오는 순수한 도둑’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통해 무마시켜 버리고 말이다.

 

도벽 증세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 하며 시작 된 유정란 부화시키기는 어느새 해일이의 취미가 되어있었다. 의심 반 설렘 반으로 시작했던 유정란 부화시키기는 정말로 유정란이 병아리가 되고 나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담임선생님의 부탁으로 미니홈피에 사진 찍어 올리고 담임선생님의 관심을 받는 병아리를 보며 친구들의 관심도 사게 되고 그 친구들의 관심으로 해일이네 집에 친구들의 방문이 잦아졌다.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마음의 불안함을 느끼고 사건은 해일이와 진오가 지란이의 아빠 집에 복수하러 들어가면서 터진다. 아빠와의 관계가 껄끄러운 지란이는 아빠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빠 혼자 사는 집에 낙서를 하러 친구들과 함께 찾아가는데, 해일이가 노트북을 훔쳐 나오게 된 것이다. 그걸 또 우연히 본 진오로 인해 이 참을 기회로 진오와 지란이에게 자신의 도벽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해일이의 도벽 증세가 계속 되었던 건 정말 누구에게도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라는 말처럼 작은 거 하나 훔쳤는데, 아무한테도 걸리지 않았고 이게 시작점이 되어 좀 더, 좀 더 하며 욕심이 생겼을 것이다. 그리고 따끔하게 혼이 날 기회를 기다렸을 것이다. 나 또한 어렸을 적에 친구의 물건을 슬쩍 가져왔던 적이 있다. 작은 피카츄 지우개 하나였지만 부모님께 걸려 눈물 펑펑 흘리며 따끔하게 혼났었다. 그 이후로는 다른 사람의 물건에 절대 눈길 돌리지 않게 되었다. 집에서도 착한 아들로, 학교에서도 착한 학생, 착한 친구로 그럭저럭 살던 해일이가 진오와 지란이에게 걸리고 자신의 잘못을 털어놓음으로써 옛 잘못까지 모두 청산할 그 기회를 얻은 것이다.

 

책의 맨 뒷 표지에는‘믿어주고, 들어주고, 받아주어라. 내 심장 속에 박힌 가시고백, 이제는 뽑아내야 할 때’라는 글귀가 있다. 아마 진오와 지란이가 해일이에게 고백할 기회를 주지 않고 먼저 타박을 했다면, 해일이의 고백을 듣고 돌아섰다면 해일이는 아마 두 배의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쿨하게 사과를 들어주고 받아주었기에 시원하게 훌훌 털어버리고 새 삶을 살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마음 속에 담긴 깊은 상처, 하지 못한 고백들을 이젠 서로가 믿어주고 들어주고 받아주며 이 삼박자로 모두가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재미있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