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몸 속 가시는 안녕하신가요?

시리즈 읽기책 단행본 | 김려령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2월 5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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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려령 작가님의 작품은 지금까지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 자랑이다. 왜냐면, 그만큼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이기 때문이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김려령 작가님의 책은 나를 한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외려 고마웠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작가님이 한 명 더 늘어난 것에 대해서. 그래서 나 또한 고백하고 싶다. 작가님을 사랑한다고…

 내게는 아직도 치유되지 못한 가시가 가슴 깊은 곳에 내장되어있다. 남들에게는 결코 쉽게 꺼내지 못하는, 나만 아는, 그래서 나만 콕콕 찔러대는, 그런 가시. 잊었다 생각했는데, 기어코 기습적으로 불현듯 나타나서 가슴 한 곳을 따끔하다 못해 찌릿한 통증을 경험하게 만드는, 잊고 싶으나, 결코 잊을 수 없는 가시. 그런데 웃긴 건, 나만 안다고 생각하는 가시가, 나를 아는 누군가도 알고 있다는 것…때론 그 눈빛이 나의 가시를 건드릴까, 나도 모르게 심장이 두근거리는…알 수 없는 불안함. 아주 먼 과거라 해도, 내게는 잘못이 없다해도, 어느 순간 현재처럼 마주할 수 밖에 없는…끈질긴 내면의 가시.

 젊었을 때 나는, 그리 착하지 않았다. 인간 관계에 있어서도 지극히 개인적이었고, 내 맘대로 나를 이끌었다. 아니, 나도 모르는 내가 나를 끌고 다녔다. 그래서 나를 정말 좋아해주지 않는 인간과는 관계맺기가 힘들었다. 대학시절에도 내 글에 관심보이는 선배를 향해, 난 당신의 글을 사랑하지 않기에 함께 하고 싶지 않다, 말하고 내 글만을 혼자 끌어 안았다. 그리고 지금 생각한다. 내 안의 가시가 내가 만든 것이 아닌 것처럼, 누군가의 가시를 내가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 때 나는, 나도 감당 못하는 자만감으로 충만했고, 그 자만감으로 누군가는 밤새 고민하며 썼을 원고를 가차없이 씹었다. 정말 잘 씹어서 교수님한테 칭찬을 받을 때는, 부끄럽게도 다음에는 더 열심히 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잘 씹지 않고, 그들의 진심을 마주하고 얼마든지 칭찬할 수 있었음에도 말이다. 고로, 나는 이기적이었다. 누군가를 씹는 다는 건, 내가 그들보다 위라고 생각했던 자만이 내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밑도 끝도 없는 오만. 그건 그 누구와도 함께 걸을 수 없는 또 다른 덫임을, 나는 시간이 꽤 흐른 뒤에, 너무도 늦게 알아버렸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든 그들과의 끈을 잡고 소통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오늘날의 나는 그 과거가 마냥 후회스럽다. 그리고 그 후회 속에 또 하나의 가시가 마음 속에 콕 박혀버렸다.

 이 시간, 나는 내 기억 속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미치도록 그립다. 그들과의 단 일 초라도 따뜻하지 못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럽고, 언제나 내 중심의 시계만을 바라보던 내가 한 없이 밉다. 밉고 또 밉다.

 책 속에 등장하는 해일은 도둑이다. 유연한 손 놀림. 그래, 아주 우아한 손길로, 재빠르게 남의 물건을 내 품 속에 넣을 수 있는 재주를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해일은 훔치는 것도, 또 훔치는 물건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도 잘 하지만, 훔친 물건에 대한 이익금을 쓸 줄을 모른다. 한 마디로, 남의 물건이 탐나서가 아니라, 나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손이 남의 것을 탐하는 심리적 유전자를 지니게 된 것이다. 도둑은 분명 맞는데, 나쁜 도둑이라기 보다는, 슬픈 도둑이라 함이 왠지 더 맞을 것 같은…그렇기에 나 역시 그런 해일이 누군가의 물건을 훔친 걸 봤다고 해도,  진오나 지란, 다영이처럼 할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해일에게는 유정란에서 병아리라는 생명을 얻어낸, 따뜻하고 섬세한 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가시를 고백과 함께 빼버리고자 한 용기는, 그에게 더 큰 치유과 함께 한 걸음 사랑에 다가선, 용서와 화해를 통한 미래를 갖게 했다. 이로 인해 해일의 내일은 분명 다를 것이고, 오늘로 다가온 내일은, 해일에게 매 순간이 소중하게 기억될 것이다.

 소중한 이들의 관심 밖에 서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더러 있다.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은데, 그런 내 발걸음을 망설임으로 만들어버리는 소중한 이들의 무심함, 또는 무관심함…그 속에서 간절히 그들이 먼저 다가오길 바라지만, 나 혼자만의 바람이 무너질 때, 나의 희망은 오해가 되어 벽을 만들어 버린다. 스스로. 나는 단지, 소중한 이들이 나를 바라보고, 나를 알아주고, 그리고 나를 그 옆에 두길 바라는데, 그런 마음을 배신 당할 때의 쓰라림은 의외로 크다. 그렇기에 소중한 그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알아주고, 곁에 두려하는 순간, 나는 내 모든 것을 그 소중한 이에게 다 주어버린다. 해일에게 있어 진오, 지란, 다영이 바로 그런 존재일 것이다. 가족 또한 그러할테지…

 그러고보면, 철저히 나만 보려고 했던 젊은 시절의 나는, 나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먼저 외면 당하는 게 아니라, 그 전에 내가 외면한거라고 생각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건 이미 내가 내 속에 가시 하나를 박았다는 증거이자, 누군가에게 가시를 찔렀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후회된다. 그러면 안 됐다는 걸 지금은 너무도 명확히 알기에, 불가한 일인 걸 알면서도 시간을 과거로 돌리고 싶다. 좀 더 다가서고, 좀 더 따뜻한 인간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마주할 걸. 나는 이렇게 또 젊은 시절에 심고 묻어 두었던 가시 하나를 또 발견해 버렸다. 그 때 바로 인식하고 그들과 함께 가시를 뺐다면 더 좋았을 걸…그랬다면, 지금도 그들과 마주하고 있지 않을까? 나는 왜 해일도, 진오도, 지란도, 다영이도 될 수 없었던 걸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인간 관계가 가족의 범주 안에서 더욱 더 좁아졌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를 보는 일이 쉽지 않은 일상. 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단절감, 혹은 알 수 없는 외로움. 그때 나는 알았다. 내가 뭔가 잘못했다는 것을. 사람을 더 많이 만나고, 내 무언가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때, 나는 더 그들에게 다가서야 했다. 그 순간이 지난 후, 나중은 점점 더 기약하기 힘든 가상이 되어가고 있음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서로의 가시를 뽑고, 거기에 웃음으로, 믿음으로 상처를 만져주는 그들의 관계가 무척이나 부럽고, 감동이었다. 잊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충분히 아름답고 매려적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을 사랑한다.

 분명 나에게도 많지는 않으나, 믿고, 감싸주고, 뭐든 받아 줄 수 있는 그들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태어나면서 갖게 된 가족과, 결혼을 통해 새로이 만든 가족. 그리고 언제나 나를 챙겨주는 소중한 벗…

 나는 지금 생각한다. 과거의 그들이 미치도록 그리워도, 어쩔 수 없는 일. 멀어지고, 그러면서 길어진 시간의 세월의 간격을 좁히기에는, 정말 많이 늦었다는 걸…그러니,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만큼은 무엇보다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는 새해소망과도 같은 새로운 결심. 그로인한 반성. 깨달음. 그리고 더불어…앞으로 만나게 될 이들과 모두 사랑으로 시작하고 싶어졌다.

 나이가 드니, 사람이 좋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뭔가를 소통하고, 힘들 땐 잠시 눈 꼭 감고 기대면서 느낄 수 있는 누군가의 체온이 나를 감동시킨다. 그 순간만큼은 내 안의 가시가 뭐든, 상관없다. 내가 사랑하는 그들과 따뜻한 체온을 나누는 그 시간, 내 가시는 나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따뜻함 속에서 녹아버리는 듯 하다. 그러는 사이, 나를 따뜻하게 만들고 감동시키는 그들의 안부가 자꾸 궁금하다.

 김려령 작가님의 ‘가시 고백’ 은 한마디로 ‘다가섬’에 대한 미래를 말하고 있다. 그 미래는 언제가는 나의 현재가 된다. 그렇기에 나는, 좀 더, 내가 아는 이들에게 다가서고 싶다. 이왕이면 그들의 가시도 빼어 줄 수 있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갑자기…나도 그리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은, 어떤 자신감에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그리 나쁜 사람 같지는 않다. 아니. 이제는 좀 더 좋은 사람이 돼 보고 싶어졌다. 갑자기 웃음이 빵, 하고 터진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좀 더 웃으며, 다가서며, 적극적으로 즐기고 싶어졌다.

 정말이지…

 ’그리고 당신, 사랑합니다.’

 

 

 

 이 책을 읽고, 그야말로 행복해졌다. 좋은 친구들과 더불어, 행복이라는 큰 선물까지 받다니…

이래서 책을 읽는 게 좋다. 나도 생각치 못한 선물을 받게 될 때가 많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