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바뀐다는 것!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유쾌한 상상입니다.
어렸을 때는 공부 잘하고, 부잣집으로 소문 난 같은 반 친구와 영혼이 바뀌었음했고,
청소년기. 키가 인생에서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 때는 190cm에 긴다리를 자랑하는 친구와,
좀 더 시간이 지나서는 군면제된 친구와 2년 동안 영혼이 바뀌었음 하고 철없는 바람을 갖기도 했지요.
지금도 가끔 이런 이루어 질 수 없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어린 시절 부터 지금까지 저한테는 상상의 상상일 뿐인 일이 이 책 <캡슐마녀의 수리수리 약국>의 주인공 동동에게는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동동이는 참 행운아지요? 우연히 시공간의 왜곡으로 찾아들어간 마녀의 약국에서 마녀는 고작(?) 게임 한달 이용권에 영혼이 바뀌는 약을 동동이에게 선물합니다. 동동이는 좋아하지도 않는 게임이지만 결과적으로 마녀가 게임 레벨까지 올려줬으니 오히려 동동이에게는 이익이 되는 거래입니다.
약국 안의 수많은 다른 약들을 두고 동동이가 영혼이 바뀌는 약을 원한 이유는 여동생과 태권도 대련을 앞두고 힘과 체력으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동생 묘묘를 마법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기기 위해서였죠. 약간 비겁하긴 하지만 항상 동생에게 당하며 살아온 동동의 입장에선 간절한 바람이었겠죠.
하지만 이 마법의 약. 묘묘 대신 아버지가 먹게 되면서 상황이 꼬입니다. 이제 동동은 동생과의 태권도 대련이 문제가 아니라 아빠를 대신해서 선을 봐야하는 위기에 처하게 되죠. 몸은 어른이지만 영혼은 어린아이인 동동이와 새어머니가 되실 아주머니의 맞선소송이 상당히 유쾌하게 그려지는 가운데 동동은 자신을 걱정하는 아빠와 엄마 없이 외롭게 자란 동생 묘묘를 이해하게 되고 계약의 조건이었던 두사람 중 한쪽이라도 영혼이 성장하면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조항에 따라 다시 동동이로 돌아옵니다. 동동이는 자신의 내면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변한 것을 느끼게 됩니다.
동화를 읽고 조카에게 ‘만일 네가 동동이라면 약국에서 무슨 약을 달라고 하겠니?’ 라고 묻자 슈퍼 히어로가 되는 약을 먹어서 묘묘를 제압하겠다는.. 효과적이지만 무서운 대답을 하더군요. 동생은 처단해야할 악의 무리가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과연 동동이가 계획대로 묘묘와 몸이 바꿨다면 과연 태권도 대련에서 묘묘를 이길 수 있었을까요? 아마 아닐 것 같아요. 결국 영혼이 바꿨다해도 동동이의 영혼이지만 묘묘의 몸으로 동동이를 제압하는거잖아요. 다시 영혼이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결국 동동이는 자신에 의해 (정확히 동동이의 영혼에 의해) 처절하게 상처를 당한 몸 때문에 아파하겠죠? 영혼이 바꿨다해도 자신의 몸을 상대로 복수를 하긴 어려울 것 같고, 무엇보다 영혼이 바뀐거 알면 묘묘의 성격상 순순히 대련을 나가진 않겠죠?
나라면 차라리 힘이 세지거나, 키가 커지커나, 태권도를 잘하게 해주는 약을 달라고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책은 영혼이 바뀜을 통해 동동이 가족을 이해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한 내용이니까 그런 건 별 관계없겠죠. 이 책. 영혼이 바뀜을 통해 서로를 이해해나가는 과정을 우리 어린 조카도 재밌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풀어낸 책 같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건 동동이의 태권도 대련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좀 더 분량이 길었다면 아이로 변한 아빠의 모험도 그렸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