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같은 날은 없다 

 

나는 너무나도 놀랐다. 중학생, 아직 어린 남자아이가 자기의 강아지를 그렇게 학대시키는 것을 보고.

강민의 처지는 생각할 겨를도 안한채 강아지만을 걱정했다.

자꾸만 발로 차이고 던져져도 다시 강민에게 안기는 강아지가 너무 안쓰러웠다.

그리고 나중에 강민이 그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폭력으로 죽여버리자 나는 강민이 너무나도 미웠다.

잔인하다고 생각되었다. 어떻게 키우던 강아지를, 자기가 그렇게 사랑하던 동물을 처참히 때릴수있는지. 강민이란 사람이 무서웠다.

나만봐도 나는 결과만 보고 속을 들여다볼생각을 하지않은 것이다.

 

어느날 미나씨가 자신의 꿈속에 강민의 강아지, 찡코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는것을 느꼈다.

‘그앨 사랑해!’

두근..두근..

그때 얼마나 울컥하고 가슴이 벅찼는지 모른다. 강민이 그런짓을 햇는데도 원망은 커녕 그를 아직 사랑한다니..

알고 보니 그는 찡코가 아니라 예전 미나씨가 키우다 강민이가 그랬던 것처럼 미나 자신이 죽였던 머루였지만..

 

그래도 이런 잔인한 짓을 한데에는 강민과 미나씨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강민은 아버지와 형의 폭력으로 인해 폭력의 피해자이면서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살고 있었고, 미나역시 오빠의 폭력으로 심각한 폭식증에 시달리는 아픈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둘은 가족의 폭력에 의해 상처를 많이 받았고 자신도 모르게 그 아픔의 상처를 강아지를 학대함으로써 해소했던 것이다. 

너무 슬펐다. 가장 사랑받아야할 존재인 가족에게 그런 상처를 입다니…

 

그렇지만 다시 그들의 강아지를  통해 만나게 된 강민과 미나에겐 아픔과 상처를 극복할 힘이 어느샌가 생겨나 있었다.

강아지들을 잃었지만 그들의 사랑을 통해 다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상처는 아물수는 없겠지만 이제 더 이상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엄마, 아빠 나 왔어. 내가 집에 돌아왔어요.’ 라고 미나씨가 말한다.

예전의 기억때문에 정신적, 신체적으로 멍들고 힘들었을 미나씨!

이젠 다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한다.

새로운 시작속의 새로운 일들이 펼쳐질 해피하우스.

다시 시작하다 보면 언젠가 미나씨도 강민도

오빠와 아빠, 형을 용서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시퍼렇게 멍든 소리들이 아우성치는 그곳, 바로 우리들의 ‘해피하우스”

 

요즘 청소년들은 참 힘든 삶을 살고있다. 끝없은 경쟁으로 내몰려 선행공부에 매달려야 하고, 학교폭력, 왕따문제로 친구와의 관계맺기도 어렵다.

그런데 이 책에서 처럼 가정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은 너무 낯설었다. 가장 사랑하는 가족으로 부터 당하는 폭력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황폐화 시키고 붕괴하는지 너무나 뚜렷히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