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내내, 가슴이 아팠다.
나도 사춘기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가족이 소중하다지만, 서로의 마음을 오해하고, 상처를 준다.
상처는 아물기도 전에, 가장 소중한 사람에 의해 덧나고, 곪아 터진다.
나 역시 아이가 상처받고 있는 줄 몰랐다. 아이가 가만히 있으니, 내가 생채기를 내는 줄 몰랐다.
아이가 사춘기가 되서야 ”날 내버려 둬! 힘들다고?” 악다구니를 쓰고, “그래, 뭐가 힘든지 들어보자. 말해. 말하라구?” 나 역시 열에 치받아 고함 지르기를 여러 번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뭐가 문젠가? 들여다 보게 되었다. 서로에게 입힌 깊은 상처를 보며 마음 아파하고, 내가 사랑하는 아이와 왜 이러고 있는지? 이러려고 한 게 아닌데… 반성하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무심코 저지르는 잘못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이 책에는 나처럼 사랑하지만, 표현을 잘 못하는 그런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형과 아빠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강민은 자기도 모르게 찡코를 죽였다.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찡코가 자꾸 달려든다. 나도 모르게 그만…감정이 격해져서 그만….
읽는 내내, 강민의 심리 변화와 어떻게 감정을 표출해야 되는지 모르는 모습에서, 분노에 휩싸였던 아이의 격한 모습이 오버랩되어 읽혔다.
마음의 상처가, 분노가 찡코를 죽게 만든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보니 찡코는 죽어 있었다. 하지만 찡코를 계기로 실마리는 풀리기 시작한다. 우연히 끼어든 미나는 찡코의 신호를 듣는다. ‘그 앨 사랑해’ ‘그 앨 사랑해’ 계속적으로 들리는 찡코의 신호를 강민에게 알려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찡코가 보낸 신호라고 생각했었는데… 신호가 들릴 때마다 옛 상처의 앙금들이 조금씩 조금씩 부유물이 되어 미나의 가슴에 떠오르더니 마침내 그 신호가 찡코의 신호가 아닌 어릴 적 자신이 죽게 만들었던 강아지 머루였다는 걸 알게 된다. 어릴 적 오빠의 폭력에 일방적으로 당했던 미나의 모습이 형 강수에게 당하는 강민의 모습과 닮아 있다. 찡코를 통해 미나도 자신을 스스로 옥죄어 괴롭게 만들었던 옛 상처들을 발견해 내면서, 그렇게 조금씩 자신의 상처와 서로의 상처를 살펴보게 된다.
너무 많이 달려왔다. 서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주었다. 이제 조금씩 그 상처를 아물게 하려는 노력을 한다. 아빠는 전문가에게 상담 치료를 받고, 비폭력 대화법을 배운다. 형과 강민은 서로의 입장이 되어, 마음을 조금씩 터놓게 된다. 미나 역시 아무에게도 말 못한 상처를 뱉으며 조금씩 그렇게 치유해갈 것이다. ‘왜 그랬냐구? 왜 그렇게 나를 때렸냐구?’ 마음 속 아픔을 밖으로 끄집어 내어, 이제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해 갈 것이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였지만, 나도 아이와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감정이 격해 아이에게 폭력을 쓰기도 했다. 사춘기 아이와의 폭력.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 일이다. 서로에게 자기의 말만 하기 바빴다. 내 말을 안 듣는다고 화를 냈다. 대화가 되지 않고 소통의 길이 막혔었다. 이 책을 통해 옛 일들이 생각났다. 이제는 다시 그러지 않을 것이다. 강민과 미나도 이제는 알았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그런 개같은 날은 없을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