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함께 찾아나선 옛 시간들과의 조우

시리즈 까멜레옹 | 애덤 풀스 | 옮김 김현우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2년 4월 30일 | 정가 13,000원

어찌하여 하워드가 솔과 함께 하게 되었는지…

차라리 이건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왠지 그런 느낌. 모든 것이 운명을 향해 맞춰진 톱니바퀴처럼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하워드가 일하는 체육관에서 도슨 부인이 쓰러진다. 하필 하워드 앞에서…

하워드는 도슨 부인을 이모처럼 간호한다. 하지만 노환의 도슨 부인은 그렇게 숨을 거두고 만다. 아들인 레스는 자기 대신 어머니를 돌봐준 하워드에게 뭐라도 보답을 하고 싶다. 마침 갈 곳 없어진 처지에 놓이게 된 하워드는 레스의 제안에 따라 함께 살게 된다. 그렇게 솔과도 만나게 된다.

 

엄청난 기억력을 가진 천재 소년 ’솔’은 세계 기억력 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솔은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 증세를 보인다. 하워드는 이런 솔의 모습이 안쓰럽다.

힘들어 하는 소년을 도와주고 싶지만 도와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안타깝기만 하다.

대회에서 좋지 않은 실력을 내며 고군분투하는 소년을 데리고 그 상황을 피하고 싶다.

 

모든 게 순간이였다.

하워드는 솔을 데리고 대회장을 뛰쳐나왔다. 소년을 살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솔은 죽을 것처럼 위태위태했다.

그 모습이 마치 자신같았다. 어릴 적 자신의 모습. 하워드는 자신을 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자기의 불우한 어린 시절을 구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둘은 그 힘든 상황에서 일탈한다. 하지만 이건 하워드와 솔의 이야기이다. 뚱뚱하고 착하고 겁 많은 바보처럼 보였던 그였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건, 한 때 변태, 살인자였던 한 남자가 어린 소년을 납치한 사건으로 비춰진다. 그렇게 범죄자와 범죄자에게 납치당한 소년이 된 둘은 불안한 여행을 시작한다.

 

어디로 갈까? 하워드와 솔은 스코틀랜드로 향한다. 아버지를 한 번 만나고 싶다. 왜 그렇게 자신을 때렸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상처받지 않은 소년의 모습을.

하워드와 솔의 위태로운 여행은 계속된다. 여행을 하며 하워드는 어릴 적 묻어 두었던 자신의 아픈 상처를 어린 소년에게 꺼내보인다. 술만 마시면 자신과 어머니를 폭행했던 아버지, 학교에서는 뚱뚱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괴롭힘을 당한 이야기, 그리고 어떻게 범죄자가 되었는지?

 

아버지를 만났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미 늙고 보잘것 없는 늙은이가 되어 버렸다. 힘없고 초라한 무기력한 아버지의 모습이였다.

 

하워드는 솔의 아픔에서 어린 자신을 보았다. 그렇게 자신은 어려서 어떻게 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아이를 구하고 싶었다.솔을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았다. 아픔이 있었던 그 때를 이제는 당당히 볼 수 있다. 너무 아파서, 슬퍼서, 괴로워서 차마 들춰볼 수 없었던 과거를 이제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당당해질 것이다.

 

다 읽고 보니 표지의 ‘대’자가 번져 있다. 500쪽의 분량을 장시간 읽어 내려갔다. 어른인 나에게도 읽어내기 쉽지 않은 분량이였다. 자극적이지 않은 일상의 이야기이다. 뚱뚱한 몸무게만큼 삶이 짓눌린 한 남자의 이야기. 그의 시각에 비친 천재 소년의 모습, 그 소년과의 예기치 않은 여행. 마치 장시간 영화를 감상한 느낌이랄까? 다 읽고 난 후, 내면의 울림이 크게 작용한다. 누구에게나 들추고싶지 않은 일들이 있다. 하지만, 감추고 덮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님을 다시금 깨닫는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열면 큰일 날 것 같지만, 그 마지막엔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