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우리의 낯선 시간들에 대한 진실

시리즈 까멜레옹 | 애덤 풀스 | 옮김 김현우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까멜레옹 | 출간일 2012년 4월 30일 | 정가 13,000원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상처받고 소외받은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스물 여덟살의 청년 하워드는 어린시절 직장을 잃은 후 폭력적으로 변한 아버지와 이혼한

엄마와 단둘이 살아왔다. 너무나 뚱뚱하고 조금은 모자라게 보이는 그가 가질 수 있는 직장이란

스포츠센터 세탁실이나 식당의 주방일 정도였다.

그 일 조차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가질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다.

스포츠센터에서 만난 노부인을 만난 인연으로 천재소년 솔의 가족들과 한 집에 살게 되면서

사회패배자였던 하워드는 부유하지만 부모의 기대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는 솔과 친구가 된다.

인간사회가 과연 평등한 것인지 단언하기 어려운 점은 바로 이렇게 불우하고 좋은 환경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계층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착한 천성을 지닌 하워드였지만 아버지의 폭력과 친구들의 폭력으로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삶을

살게 된 것은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우리나라의 현실도 다를 것이 없지만 천재소년 솔역시 부모의 과도한 기대에 지쳐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어린 소년일 뿐이다.

대책없이 무조건 주기만 하고 많은 것을 바라는 부유한 부모역시 또 다른 이름의 폭력이 아닐까.

기억력대회에 참가한 솔은 마침내 압박감에 무너져 내리고 하워드는 솔을 구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나게 된다. 낯선 사람들은 이 여행을 ‘유괴’라고 부르겠지만.

 

 

 

‘하워드는 놀랄 만한 안내자였다. 이 이상한 남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만났던 사람들과

달랐기 때문이다. 그의 뒤에는 지평선이 있었다. 다른 삶, 자유, 아주 남자다워 보이는

일을 하기 위한 준비 같은 것들.’-174p

 

솔은 단순히 기억하는 것만 잘하는 천재소년이 아니라 하워드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진정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솔을 데리고 하워드가 향한 곳은 어린 시절 자신에게 상처를 준 고향과 아버지였다.

왜 꼭 그곳으로 향했어야 했는지 모르지만 하워드가 만난 아버지의 황량한 모습은

이제 더 이상 하워드가 상처속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된다.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다. 크든 크지 않든.

옮긴이의 말처럼 외로운 사람의 눈에는 외로운 사람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지만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아는 정글속의 사자처럼

하워드와 솔은 낯선 시간들과 마주하면서 서서히 상처가 가라앉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강이 밤이든 낮이든 상관없이 그렇게 쉬지 않고 매 순간 바다를 향해 흐르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우친 솔처럼 우리는 다만 느끼지 못할 뿐 낯선 시간들이 거대하게 흐르고 있음을

알게된다. 그렇게 우리는 상처를 꿰매고 성장하는 것이다.

하워드와 솔의 여행에서 만난 러시아 이민자들이나 하워드의 동료같이 세상의 시선 밖에

선 인물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