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에 비해 다소 폭력성이 떨어지는 ‘왕따’는 주로 여학교에서 자주 벌어지는 학교폭력이다. 물리적 폭력의 정도가 좀 낮다 뿐이지 피해학생이 당하는 고통은 죽도록 얻어터지는 피해와 별반 다르지도 않을 듯하다.
이 책은 한없이 무거워질 수 있는 학교폭력이라는 주제를 탐정이라는 매개로 재미나게 풀어냈다. 그렇다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을 그저 한번 웃어버리고 마는 코메디로 전락시켜버리는 것은 절대 아니다. 천천히 그렇지만 긴장감과 코믹을 적절히 섞어 갓길로 새지 않게 잘 리드하고 있다.
등장인물 중 유독 맘에 들었던 인물은 유가련이다. 그녀는 소위 왕따의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주변인이다. 유리가 당하는 수많은 불합리한 사건들에 대해 가련은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짝이 된지 며칠 되지 않았다는 이유였지만, 그녀에게도 그런 일에는 끼이고 싶지 않은 불안이 있었던 것이다. 가련은 유리가 죽은 후 고기왕을 찾아온다. 그녀 자신이 추리소설과 탐정소설을 즐겨 읽는다는 것이 유리의 죽음을 풀어가기 위해 애쓰는 고기왕에게 결정적인 단서들을 제공하면서 이야기를 이끈다.
여학생이지만 날카롭다. 그 내면에는 친구의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조금은 비겁한 자신이 있었겠지만 가련의 제보는 사건의 흐름과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고기왕의 단짝 친구 몽키또한 책의 재미를 더해준다. 자칫 너무나 심각해지기 쉬운 상황에서도 몽키의 한마디는 폭소를 자아낸다. 그래서 사안의 심각성이 좀 떨어뜨리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몽키는 의외로 의리있는 친구같다. 겉은 어수룩해도, 믿고 일을 맡기기에는 뭔가 좀 찜찜한 면이 있지만 옆구리 허전할 때 찾게되는 그런 친구말이다.
그리고, 아빠도 순간순간 가슴 뭉클하게 하는 멘트를 던져준다. 아버지로써 탐정으로써 역시 뭔가 허술하지만 앞뒤를 다 채우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 품도 가진 아빠다. 그치만 현실에서는 나는 별로 아빠로서 달갑지 않다. 고기왕군과는 달리 난 아빠의 행동과 외모에 예민한 여학생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