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최상희 “명탐정의 아들”

시리즈 블루픽션 63 | 최상희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1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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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괴짜 탐정의 사건노트’라는 책의 ‘유메미즈 기요시로’라는 주인공이 생각났다.

그는 책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을 명탐정이라고 소개한다.

사람들이 ‘명탐정은 형사와 똑같은 직업 아닌가요?’라고 물으면

그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형사들은 사건을 풀지만, 저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사건을 풉니다.’

이 말이 ‘명탐정의 아들’이라는 책에 딱 알맞은 것 같다.

 

***

 

이 책의 주인공 고기왕의 추리소설광 아빠가 탐정 사무소와 카페를 동시에 세웠다.

그러나 카페는 매출도 없고 명탐정 사무소는 고양이를 찾아주는 일만 맡게될 뿐이다.

그러다가 고양이를 찾아줘 알게된 오윤희가 자신의 동생의 학교생활을 알아봐달라고 의뢰했다.

7억명 넘게 응모했던 T브랜드에서 만든 열개의 행운의 크리스털 열쇠.

‘온리 럭키’에 당첨된 오유리는 어느날부터 점점 이상해져갔다고 했다..

그때, 사건을 의뢰받았을 때, 고기왕과 그 아버지가 좀더 열심히 사건을 뛰어다녔다면,

오유리는.. 죽지 않았을까?

초등학교 때 나 스스로 방관자가 되어 친구가 왕따를 당해도 모른척 외면했었던  나 자신이 떠올라

그런 오유리가 더 안쓰러웠다.

 

***

 

사회의 모든 피해자를 대변하는 이 책의 피해자 오유리는 ‘온리 럭키’라는 뜻밖에 행운을 거머쥔 행운의 아이다.

그런데 책 속의
‘행운과 불운은 모두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온다.
눈먼 행운.
그 끝 역시 불운과 다르지 않다.’

라는 말처럼 오유리의 그 뜻밖의 행운이 불운으로 변해버렸다.

반 아이들이 오유리를 왕따시키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저 오유리가 자신들보다 더 좋은 것을 가지고있다는 질투심 때문에.

그리고 그 질투심과 반 아이들의 무관심이 오유리를 죽인다.

그녀의 친한 친구 연초롱은 자신과 오유리가 친했다는 사실을

참 불편한 과거로 여긴다. 그리고 오유리가 왕따 당했던 사실에 대해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한번 찍히면 끝이야. 내가 아니라는 것말으로 안심됐어. 솔직히눈물 날 정도로 고마웠어.
 찍히는 건 걔 운명이야. 그러고 나선 어떻게 할 수 없었어. 누가 도와줄 수 없는 일이야.’

…정말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도와줄 수 없는 것일까.

나는 학교에서 연초롱처럼 비겁했던 적은 없었을까.

오유리는 자살 하기 전에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고통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맘속으로 ‘난 괜찮다’고 얼마나 위로했을까.

그 고통이 얼마나 많은 고름으로 변해갔을까.

책에 이런 대사가 있다. 고기왕이 오유리의 친한친구인 척 지냈던 한송이와 한 대화다.

 

***

 

‘오유리 같은 애는 수도 없이 생겨날 거야.
밟히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밟아야 하는 걸 애들은 알거든.’

 

‘왜? 왜 그래야만 하는거야? 왜 꼭 누군가를 짓밟아야 하는 거지?’

 

‘나도 몰라. 하지만 우리 그렇게 배우지 않았니?
살아남으려면 약한 것들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잖아.

 그렇게 가르쳐주고 이제 와서 잘못했다는 건 너무하잖아.’

 

‘…’

 

‘우린 배운대로 했을 뿐이야.’

 

***

 

…우리나라 중학생들은 이틀에 한번씩 자살하는 꼴이라고 한다.

우린 이번 달 동안 10명을 잃었다.

작가의 말처럼 지금도 어딘가 옥상 난간에 한쪽 다리를 내밀고 있는 아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세상은 그렇게 아름다운 곳만은 아니니까.

그런 세상에 명탐정의 아들, 고기왕이 떴다.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누구나 상처는 있다.

 

상처로 위태롭게 벼랑끝에 서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던 사람들…

모두가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은 소설이다. 소설은 현실세계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쓰기 때문에 소설이다.

이런 이야기가 지금 내 주변에서도 있다는 얘기다.

한 애가, 상처를 치료하지 못해 곪을 때까지 가만히 있는 아이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 모두 이런 얘들의 진정한 명탐정의 아들이 되어보는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