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기사단 7기 8차미션북 [명탐정의 아들] – 보이지 않는 것을 찾는 탐정

시리즈 블루픽션 63 | 최상희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1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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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탐정은 소설속에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 그러나 여기, 한 작가는 그 탐정을 현실이라는 숲에 던져 놓았다.

그것도 아주 멍청하고 게으르고 속 편한 탐정을. 그러나 그에겐, 아들이라는 든든한 후원자도 함께 주었다.

탐정 아버지와 아들은 겨우 월세만 낼 수 있는 돈을 받으며 잃어버린 고양이들만 잔뜩 찾아주다 마침내 ‘진짜 사건’을 맡게 된다.

그리고 그 사건 뒤에는 조금은 이기적이고, 조금은 슬픈 진실이 숨겨져 있다.

 

인기있는 소설의 주인공들 즉, 탐정들은 절대 ‘표면적 진실’ 만을 찾지 않는다.

‘이러이렇게 한 거지? 그래서 니가 범인.’ 이렇게 막을 내려 버리는 소설은 누구도 보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르기까지에는 수많은 사연과 인간의 감정, 비정상적인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 또한 늘 탐정들은 알고 있다. 표면적 진실만을 알기에는 그들이 너무 똑똑한 것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인 ‘가가 형사 시리즈’ 를 토대로 만든 일본드라마 ‘신참자’ 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진정한 형사란 자고로 한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은 주변 사람들의 마음 또한 치유하는 사람]

정말 멋진 말이다. 그리고 ‘명탐정의 아들’ 은 그러한 사람을 주인공으로 했기에 멋진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인 아들은 소설 중간 중간 의뢰인에게 공감해 눈물을 수도 없이 흘린다. 그가 흘린 눈물은 분명 의뢰인의 마음에 연고가 되었을 것이다.

 

왕따, 학교폭력. 요즘 뉴스를 틀면 참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서울대구부산도쿄홍콩뉴욕 각지에서 수많은 학생들이 자살을 한다. 그들이 죽고 나면, 곧바로 뒤따라 또 누군가가 옥상을 향한 계단을 오른다. 그들은 자신의 발로 걸어 올라가 죽는 것이 아니다. 동급생, 같은 학교 아이들이 그들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올라간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옥상 위에서 던져버린 것이다.

가끔 자살하는 사람들의 나약함을 비웃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피해자들이 조그마한 일에도 목숨 운운하는 사람들처럼 보고 있을 수도 있다. 과연 그들이 아침마다 학교에 오면 책상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서랍 속에 쓰레기가 가득 차 있는 기분을 알까? 엄마가 반에 쏜 피자와 케이크에 아무도 손대지 않는 기분을 알까? 사물함에 있던 물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대신 쓰레기만 가득 차는 기분은? 아무리 저항하고 발버둥쳐도 더욱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은?!?!?!?!

학교폭력을 당해 자살하는 사람들은 결코 나약한 게 아니다. 오히려 나약함을 핑계 삼아 이 세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든 일을 겪은 사람들이다. 만약에 사람의 마음을 꺼내 볼 수 있다면 그들의 마음은……. 차마 볼 수도 없을 만큼 처참한 형태일 것이다.

주인공에게 사건을 의뢰한 오윤희의 동생 오유리도 학교폭력을 견디던 끝에 죽었다. 죽어 버렸다.  옥상에서 몸을 던져.

‘직접 떠밀지는 않았지. 하지만 마찬가지야. 모두에게 떠밀려서, 오유리는 죽은 거야.’

당신 주변에서 누군가가 또 옥상에서 떠밀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진 않은가.

 

오유리는 같은 반 아이들에겐 ‘행운’  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오유리가 따를 당하는 것’ 이 그들에겐 행운이었을 것이다.

나만 아니면 돼. 나 대신. 이제 난 안전해.

오유리가 당첨된 ‘행운의 열쇠’ 란 그러한 사실을 비꼬기 위한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러한 행운은 전부 부질없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마지막에 행운의 열쇠를 부수어 버렸다.

부질 없는 유리로 된 열쇠. 부질 없는 행운.

작가는 모든 것을 옥상 아래로 떠밀어 버렸다. 그리고 이 소설을 통해 당신에게 통쾌한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