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져간 아이들을 위한 우리의 노래 ‘명탐정의 아들’

시리즈 블루픽션 63 | 최상희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1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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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한다. 여기서 사람들이란 어른을 지칭하지 결코 청소년을 가리키지 않는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청소년들이 자살이란 슬픈 선택을 하고 있었다. 사고사를 밀어내고 자살이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된지는 꽤 되었단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를 묻는 것은 어쩌면 때 늦은 질문일지 모른다. 이제는 ‘어떻게’를 물어야 할 때가 되었다. 청소년들이 이 지경에 이르기 까지 우리들은 무엇을 했을까?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아이의 비통하고 애절한 심정을 왜 우리는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그에 대한 어른들의 미안함과, 너무도 큰 아픔을 안고 스러져간 어린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 최상희가 ‘명탐정의 아들’이란 책을 들고 나왔다.

 

최상희는 작년 ‘그냥 컬링’으로 제 5회 비룡소 블루픽션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그냥 컬링’으로 그녀는 ‘완득이’의 김려령과는 또다른 재기발랄함과 속도감 있는 문체로 청소년들의 심리를 잘 표현해 내, 청소년 문학의 새로운 주자로 부상하였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 묵중한 주제의 글로 우리를 찾아왔다. 주게가 무거워서 걱정이 되었다. 너무 아픈 이야기를 슬프게 끌고 가면 보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였다. 고맙게도 최상희는 무겁게 끌고 가지 않았다. 청소년 특유의 시건방과 유치함을 근간으로 자식보다 철이 덜 든 아빠를 등장시켜 경쾌하고 찰지게 이야기를 끌어갔다. 최상희는 청소년 뿐 아니라 부모층까지 안배해 이야기의 스펙트럼을 넓게 만들었다. 그래야 그녀가 진정 원하는 자살의 종식을 향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었다. 이 책에 대한 그녀의 기대가 느껴졌다.

 

‘명탐정의 아들’의 주인공은 중학교 2학년생인 고기왕이다. 엄마는 NGO의 직원으로 파견 근무차 아프리카에 나가있고, 엄마가 없는 새를 틈타 아빠는 다 쓰러져가는 목조 건물에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이라는 카페를 열었다. 덤으로 한 구석에 ‘명탐정 고명달 사무소’까지 차렸다. 그러나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카페엔 개미 한 마리 얼씬 거리지 않고, 탐정 사무소에도 한동안 파리만 날렸다. 기다림에 지칠 즈음 고양이를 찾아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의뢰비로 기왕은 간신히 월세 내고 부식비까지 댈 수 있었다. 집안 일엔 관심도 없는 아빠 대신 기왕은 주부의 역할까지 맡았다. 주부습진에 잔소리까지 늘은 자신을 발견하고 기왕은 인생의 서러움을 뼈저리게 느낀다. 이제 중학생인데 말이다.

 

그런 사무소에 오래간만에 큰 의뢰가 들어왔다. 지난 번에 고양이를 찾아달라며 왔던 오윤희 누나가 동생 소유의 온리럭키라는 크리스털 키를 찾아달라며 방문한 것이다. 행운의 열쇠가 언제부터 안보여 동생에게 물었더니 동생인 유리가 친구에게 주었다며 화를 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뺴앗긴 것 같다며 윤희 누나는 걱정스런 표정을 보인다. 기왕에겐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몽키라는 친구가 있다. 기왕은 몽키에게 명탐정의 조수라는 타이틀과 활동비 얼마를 쥐어주며 정보원의 임무를 맡긴다. 횡재다 싶었는지 몽키의 흥분 게이지는 급상승하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유리가 학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을 듣는다.

 

유리의 죽음에 기왕은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 유리는 학년 초부터 지속적인 왕따를 당했고 가족에게 한 번도 그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한다. 기왕은 유리가 죽기 직전의 짝이었던 유가련, 학기 초의 친구 연초롱, 비밀의 친구 한송이, 그리고 초등학교 친구였던 지혜를 만난다. 기왕은 유리를 생각하다 반에서 빵셔틀을 당하고 있는 윤성이를 떠올린다. 한 번의 실수로, 때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왕따가 되는 아이들은 빠져나갈 길이 없는 수렁에서 허덕이고, 아이들은 자신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변명을 대며 친구를 외면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대상이 되지 않은 것에만 안심하지 고통을 당하는 친구의 심정은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유리의 죽음을 조사하면서 기왕은 자신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당했던 경험을 떠올린다. 당시 기왕은 시험 점수를 조작했다는 죄를 뒤집어 쓰고 담임으로부터 무지막지한 매를 맞았다. 게다가 아이들로부터는 왕따까지 당했다. 자신이 그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헤쳐나왔는지를 기왕은 떨면서 상기한다. 그 때 기왕에겐 별 볼일 없는 아이였지만 몽키라는 친구가 있었고, 자신을 지지하는 아빠가 있었다. 그래서 기왕은 죽을듯한 아픔으로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유리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면 자살까지 가지 않을 거라며 기왕은 안타까워 한다.

 

 

 

 

최상희가 이 책을 지은 이유이다. 최상희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으면 안되겠다’는 말이 나올 때 까지 죽어가야 할 슬픈 운명을 지닌 아이들을, 그녀는 이런 식이라도 구출해내고 싶었던 것이다. 단 한 명이라도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그 아이들이 그토록 서러운 마무리를 짓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덧붙여 최상희는 왜 아이들이 자신의 부모에게 고통을 말하지 않는지를 기왕의 아빠를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철없고 한심하며 때론 무책임해 보이는 아빠였지만, 기왕의 아빠는 기왕을 비난하는 담임에게 자신의 아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보여주었다. 그래서 기왕은 졸업때까지 담임의 냉대를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언제부터 학교 안에서 왕따가 시작됐으며, 아이들이 자살을 했는지 잘 모르겠다. 왜 그런 일을 쉬쉬하며 숨겼는지도 잘 모르겠다. 왜 있는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다.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이것만은 확실히 알 것 같다. 지금껏 충분히 외면해 왔다. 그러니 이제는 아이들의 고통을 직시해야 한다. 너무 비인간적이고 잔인해서 돌리고 싶은 고개도 돌리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꽃보다 예쁘고, 싱그러운 잎파리보다 더 싱그러운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그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어쩌면 이미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