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아들

시리즈 블루픽션 63 | 최상희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1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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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이라면 학창시절 한참 읽었다. 정말 미스터리한 일을 예리한 시선과 추리력으로 풀어나가는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
그런데 여기 그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의 이야기가 있다.

사실 그냥 소설이라고 치부하고 싶었다.
한 소녀의 죽음과 그 죽음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 현실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너무 아팠고 무기력해지는 내 자신이 느껴져서 힘들었다.
유리’를 죽게 한, 그녀가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송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쉽게 인정할 수는 없었다.

과연 그럴까? 같은 교복을 입고 좁은 교실에서 시달린다고 해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정도고 참기 힘든 고통일까? 그렇게 악한 마음이 우리 마음속에 있단 말인가?
어쩌면 나는 송이’처럼 참기 힘든 그 환경에서 화풀이할 대상을 찾아 악의적으로 그 사람을 죽음에 몰아 넣는
일에는 가담하지는 않았을지언정 그 상황을 그저 방관하며 지켜보는 사람일 수는 있었다.
과연 그럴까? 라는 나의 의문을 시작으로 내가 그 동안 어떤 사람이었는지 생각해본다.
왕따, 학교 폭력… 내 일이 아니고 가까운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서 무관심 했었다. 이런 사건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죽은 아이들을 잘 보듬지 못한 그들의 부모를 탓하고 그 현실을 감당하지 못한 나약한 아이들을 탓했다.
그 아이들이 왜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야기 속의 유가련’과 같은 고백을 해야 할 사람이 바로 나였다.

(책속에서)
아마 나도 두려웠을지 모른다. 같이 휩쓸리기 싫었을 뿐이었지만 어쨌든 그냥 두고 봤으니 오유리를 집어삼킨 흐름 속에 나도 있었던 거다.

유리’ 죽음의 원인을 파헤치는 과정을 지켜보며 범임(?)에 대한 궁금함과 함께 내 자신의 유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면죄를 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 보았다.

우리 아이들이 하루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이 사회가 잘못되어 있다면 그들의 부모나 그들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그 어려움을 감당해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
잘못된 사회를 바르게 바꾸는 일은 넓은 사막 한 가운데서 물을 찾는 것만큼 힘들어 보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가 모두 이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이기 때문이고 얼마만큼의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 작가의 말이 충분히 공감되고 위로가 되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지금도 힘겹게 견디고 있는 아이들과 그리고 한때는 아이였을 어른들에게 그래도 세상은 역시 살아야만 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 당연한 이야기에 나는 망설인다. 대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왕이면 세상이 살만 한 곳이 되길 바란다고. 그리고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어려분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나름 노력해 볼 생각이다.

내가 또는 내 아이가 유리’가 될 수도 기왕’이 될 수도 있다.
유리’는 죽기 직전 살고 싶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 신호가 어떤 이야기인지 알지못 했고, 반면 기왕’이가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는 터널 저 끝에 빛처럼 그를 터널 안에서 끌어낸 사람들이 있었다.

(책속에서)
언제까지나 지속되리라 생각했던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는 건 아무래도 나한테 달린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금쯤은 내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 터널 끝에 손톱만 한 빛이라도 비쳐야만 그 빛을 따라 빠져나올 수 있는 것이다. 내게는 병아리 발톱을 끔찍이도 무서워하는 얼간이가 하나 있다. 어쩌면 듬직한 등짝을 지닌 녀석도 손을 내밀어 줄지 모른다. 굳이 꼽고 싶지는 않지만 고양이 뒤꽁무니나 쫓는 한심한 명탐정도.

나는 내 아이와 다른 아이들에게 어떤 이고 싶은지, 내 아이에게 어떤 사람이 되라고 가르칠 것인지 재미와 감동이 가득한 이 책을 읽으며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