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백]-마음 속 가시, 뽑아야 덧나지 않는다

시리즈 읽기책 단행본 | 김려령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2월 5일 | 정가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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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는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작가 김려령을 알게 된 건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를 통해서였는데, 이후 <완득이>를 통해 꼭 기억해야 할 작가로 남게 되었다. <<가시고백>>은 <완득이>와 같은 특유의 유쾌함은 없지만, 깨알같은 재미가 있었고, 그 속에 청소년의 성장이 잘 녹아들어 있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고백하지 못하는 비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들킬세라 꼭꼭 감추고 있어 결국 후회와 상처를 남기는,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가시같은 존재가 되어버리는 비밀말이다. 그 가시를 언제까지 비밀로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걸까?

여기 이처럼 가슴에 가시를 갖고 있는 주인공들이 있다.

 

나는 도둑이다. (본문 51p)

 

지란이는 새 아빠의 전자수첩을 학교에 가지고 왔다가 눈깜짝할사이에 도둑을 맞았다. 사물함에 잘 넣어 두웠는데 잠깐 사이에 도둑 맞았다는 지란이의 투덜거림과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해일은 드러낼 수 없는 행위를 한 자가 정곡을 찔렀을 때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불안함을 느꼈다.

 

해일은 침착하게 표정관리를 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상투적인 충고일 뿐 큰 의미는 없을 거라고, 그러나 가슴에 가시를 쿡 박힌 것만은 분명했다. (본문 18p)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니, 아파트 관리소장인 아버지, 그리고 감정설계사가 되기위해 불철주야 연구 중인 형 해철 그리고 도둑을 직업으로 가진 해철은 분명 단란한 가족이긴 하지만, 해일에게는 생계를 위해 바쁜 부모님을 기다리며 어린시절 하루종일 혼자 지내야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해일이 남이 물건에 손을 댄 건 일곱 살 때가 처음이었는데, 예민한 손은 엄마를 닮은 듯 했다. 감정 설계에 대한 형의 이야기에 해일은 손끝이 떨림을 느꼈다.

 

“예민한 손을 가진 감정 분배가 잘못된 아이….(본문 131p)

 

진오의 초코파이 사건으로 지란은 부산스러움을 느낄 수 없는 움직임, 묘한 속도의 해일을 보며 전자사전 범인으로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런 지란에게도 가시 하나가 있다. 바로 아버지와 아빠와의 관계이다. 지란은 아버지를 어려워하고, 아버지는 지란을 어려워하는데, 반면 아빠는 술에 취하면 지란이를 찾는다. 지란은 그런 아빠를 밀어내려고 애쓰는데, 가족과의 관계가 지란에게는 가슴에 담겨진 커다란 가시다. 전자수첩은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투정부리게 했던 물건이고, 다시 마음을 닫히게 한 물건이다. 그런 탓에 지란은 해일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반면 진오와 다영은 각각 지란과 해일을 짝사랑하는 가시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가시를 가지고 있는 해일과 지란, 진오는 병아리를 계기로 친해지게 된다. 생각없이 툭 던진 말에 꼬리를 물려 유정란으로 병아리 부화실험을 하게 된 해일은 2마리의 병아리를 부화시키는데 성공하게 되고, 지란과 지란을 짝사랑하는 진오는 해일의 집을 방문하면서 이들은 친분을 쌓아가게 된다.

지란은 아빠를 복수하겠다는 작전을 꾸미게 되고 해일과 진오가 함께 참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해일은 지란 아빠의 넷북을 훔치게 된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게 해왔던 그동안의 일에 목격자가 있었음이 드러나면서 해일의 가시가 밖으로 표출되어진다. 다행이도 해일의 가시고백에 지란, 진오는 들어주었고, 보듬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손이 빨랐어. 생각하는 동시에 움직이는 거야. 그런데 이제는 맘대로 움직여. 넷북 그거 머리가 시킨 거 아냐.”

“니 손이 맘대로 움직였다면 손모가지라도 잘라, 새끼야.” (본문 226p)

 

해일이 웃었다. 창자까지 컹컹 울리는 통곡과도 같은 웃음이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귓바퀴 속으로 흘러들어갈 만큼 많은 눈물이었다. 잘됐다. 친구들한테 걸려서 용서를 받지 못해 잘못을 지고 살아야 한다 해도,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미친 새끼가 이제는 웃으면서도 울어.” (본문 254p)

 

<완득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빅 웃음이나 강한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지만, 가슴에 가시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이 그 상처를 고백함으로써 박힌 가시를 제거해나가는 과정 속에 적절한 재미와 감동을 전달한다. 이 작품에서는 <완득이>의 똥주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감정 설계를 연구중인 해일의 형인 해철이다. 말은 않지만, 해일의 가시를 잘 알고 있는 듯한 해철의 말들이 해일의 가슴에 박히면서 해일의 감정을 뒤흔들어놓기 때문이다.

 

“최면은 무의식으로 들어가 숨어 있는 자신을 끌어내는 거고, 감정 설계는 의식에 저장된 감정이라도 다시 설계하자는 거야. 생각보다 가짜 감정이 많거든. 말하는 감정하고 마음속 감정이 다른거야. 그러니까 일단 감정부터 솔직해지자는 거지.” (본문 28p)

 

해철이 한 이 말들은 바로 저자가 <<가시고백>>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저자는 비밀을 감추어둔 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가시같은 비밀과 아픔을 드러냄으로써 가시로 인해 상처가 곪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게다. 손가락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가 박힌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가시지만, 아프고 쓰라리며 결국은 작지만 상처를 남긴다. 하물며 마음에 박힌 가시는 얼마나 큰 상처와 아픔을 주겠는가. 가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빼내지 않는다면 곪아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가슴에 박힌 가시를 빼낼 수 있는 것은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상처와 대면하거나, 고백하고 용서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음을 저자는 주인공들과 해철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완득이>와 같은 빅 히트를 칠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만, 이 작품 역시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고 있어 잔잔한 청소년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괜찮을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