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과 함께 한 단편 3개..

시리즈 블루픽션 60 | 모리 에토 | 옮김 고향옥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4월 20일 | 정가 9,000원
수상/추천 나오키상 외 1건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 난 아무 생각이 없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다.

피아노 학원에서 곡을 연습할 때도 클래식 곡 보다는 영화나 드라마 OST, 대중가요가 더 재밌고 신났었다. 클래식은 싫다라는 감정도 좋다라는 감정도 없는 그냥 그런 거다,  내게는…

 

이 책은 그런 클래식을 매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3편의 이야기가 그렇다. 그래서 곡을 들으며 읽으면 좀 더 그 느낌에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여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파일을 책을 읽는 동안 내내 틀어두었다. 그렇지만 느낌이 더 배가된다거나, 아니면 주인공의 그 심정을 더욱 진하게 느낄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어린이는 잠잔다」에서 교가 쏟아지는 잠을 이기기위해 애쓰면서 듣는 로베르트 슈만의「어린이의 정경」에 대한 그 느낌은 나도 잘 알수 있었다. 실제로 그 음악을 들으면서는 책을 몇장 읽기도 전에 잠이 오곤 했다.  책에서 교가 너무나 눈을 뜨고 있고 싶어하는 심정이 전해져서 일까  나도 눈에 힘이 들어가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잠이 오곤 했단 말이다. 슈만의 곡 때문이 아니라 이야기 속의 교가 나를 잠속을 끌고 들어 간거 같다.  아키라에 대한 교의 감정이 미움에서 이해로 바뀌는 순간 교는 그 곡 전체를 끝까지 듣고야 만다.  그건 곡에 대한 이해가 있던 것도 아니고, 곡이 갑작스레 좋아져서도 아닐 것이다. 형에 대한 이해, 형의 마음에 대한 공감이 그렇게 싫었던 , 강제로 듣기 위해 애썼던 곡을 맘속으로 불러들인 것 같다. 형이 클래식을 어떻게 듣게 되었는지 알게되었으니까..

두 번째 단편 「그녀의 아리아」는 첨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가장 많이 공감이 갔던 글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골드베르크 변주곡」는 일부러 듣지 않았다. 책 속에서 그 곡은 불면증 환자가 듣기엔 너무나 시끄럽고 소란스럽다고 소개되었기 때문에 책에 몰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책속의 두 소년,소녀의 대화만으로도 아주 흥미진진했기 때문이다. 소년이 소녀의 거짓말을 알게되면서 다시 시작된 불면증은 역시 둘사이의 이해와 공감을 통해 치유된다.  소녀의 거짓말은 전교에 소문이 날 정도로 심각했고, 그 어느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 소년은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면서부터 어느샌가 불면증이 없어졌다. 자기만 불면증이 해소된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졌던 소년이, 소녀의 거짓 이야기에 대해 화를 낼 때 소녀는 ‘그렇지만, 너도 기다리지 않았냐’고 묻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듣고싶고 하지 않았냐고.. .. 그렇게 소녀는 누군가와 거짓이야기를 통해서라도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이다. 불면증에 대한 동지를 가졌던 소년은 치유를 경험했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던 소녀의 이야기는 그렇게 둘 사이에서 통했던 것이다.

 

세 번째 단편 아몬드 초콜릿 왈츠」..  이 이야기는 표제작인데도 왠지 많이 허술하다는 느낌이었다. 사티아저씨의 대사가 너무나 없어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야기 속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인데도 너무나 그 생각이나, 감정 , 행동 등이 드러나지 않아  사건의 상황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기미에나 기누코 선생님처럼 감정이 좀 드러날 만한 힌트가 없이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나 사티아저씨의 생각을 알아내야 해서 좀 힘들었다. 지금도 그 아저씨를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