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초콜릿 왈츠를 꿈꾸는 3인의 성장소설

시리즈 블루픽션 60 | 모리 에토 | 옮김 고향옥
연령 13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4월 20일 | 정가 9,000원
수상/추천 나오키상 외 1건

아몬드 초콜릿 왈츠 

 

아키라 형에겐 클래식 음악

후지타니에게는 피아노곡, 하나를 꼽으라면 골드베르크 변주곡

그리고 기미에게는 왈츠

 

아키라형은 비곱하고 권력으로 “우리들”, 즉 그의 사촌드, 교, 도모아키, 자가마루, 나스 를 제압하려드려했다. 그만의 그런 방식은 그의 취미를 다른 아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에서 강하게 드러났다. 클래식 LP판을 매일마다 들고 나와 밤 10시에 들려주는 것. 도모아키는 이런 방식에 익숙해진 자신이 싫었지만 매해 아키라형네 별장에서 함께하는 그들의 여름은 아키라형이었기에 빛날 수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키라형이아니였더라면그들의 천국은 없었다. 이유는 없었다. 아키라형이었기에. 그들의 여름이 깨지기 직전 아키라형은 도모아키에게 그가 클래식에 심취했던 이유를 알려준다. 늙은 외할머니께서 그 먼거리를 무거운 쇼핑백에 클래식 LP판으로 가득 채워 자신을 방문하곤 했던 어린시절. 멋도 모르고 들었던 클래식에 그가 매료되어 버린것이었다. 아키라형의 비밀. 그것으로 그들의 아름다웠던 여름은 끝이 났다. 아키라형은 내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그는 더 이상 별장에 올 수 없다. 아키라형이 없는 별장은 우리들의 여름이 아니다. 천국은 끝이났다,

 

천하의 거짓말쟁이 후지타니.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내가 한참 불면증에 앓고 있을 때. 그녀는 다정하게 다가와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했다. 건반들 사이를 뛰나들던 그녀의 손가락.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노래. 차분한 노래 같지만 전혀다르게 삐죽빼죽 오르락내리락 경쾌하고 빠른 리듬의 노래이다.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 나는 후지타니를 만난지 2주만에 불면증이 씻은듯이 나았고 그렇지만 계속해서 후지타니를 찾아갔다. 그녀가 전해주는 그녀의 세상은 나에게 유일한 휴식처가 되었음으로. 이제는 그녀가 해주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현실감이 없어도 그녀의 머리속에서 생산되는 그녀가 그려내는 아리아에 푹 빠져들었음으로. 하지만 나는 그 천국의 기둥이 무너지고 있다는것을 가슴속 깊이 깨닫고 있으면서도 거부해왔다. 다른 친구들이 그녀가 하는 말은 모두 거짓말임을 증명하는 가운데 그 천국은 기울고 말았다. 더이상의 만남은 없었다. 그렇지만 나와 후지타니는 웃으며 우리들의 무너진 천국을 애틋하게 바라보며 이별을 고할 수 있었다. 나는 후지타니의 거짓말을 받아들였고 순수하게 믿어주었기 때문에.

 

기미에는 일본아이답지 않게 개성이 강하고 고집이 세서 종종 “별나다”라는 소리를 듣던 아이였다. 자존심도 매우 세던 그 아이의 행복은 사티 아저씨가 오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일본과 달리 자유롭고 허용적인 서양의 사람들. 사티아저씨는 불쑥 방문을 열고 “브라보!” 소리치기도 하였고 어느날은 피아노 곡조에 맞춰 짧게 몇마디 작사를 할 때도 있었다. 자신을 웃게 해주는 사람. 누리지 못하던 행복에 겨워 기미에는 사티 아저씨를 사랑한다고 생각도 하였고 사랑의 도피도 생각할 정도로 푹 빠져버렸다. 그 별난 아이의 유일한 행복은 매주 목요일 저녁 사티 아저씨, “나”, 기미에, 그리고 기누코 선생님의 왈츠에 있었다. 샹들리에, 따뜻한 홍차, 그리고 12색 아이스크림. 너무도 완전하고도 불완전한 달콤한 사분의 삼박자. 그들의 천국도 삐걱대다 사티 아저씨의 “아몬드 초콜릿처럼 살아라” 는 말과 함께 무너졌지만.

 

그들에게는 한가지씩의 천국이 있었다. 어느샌가 빠져들어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같은 행복.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꿈만같은 나날들.

이 이야기들은 어느날 그 천국이 부서지는 내용이다.

그들은 부서진 천국들의 조각들을 부여잡고 연연하지 않는다.

아키라형은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후지타니는 나에게 웃으며 이별을 고한다.

기미에는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 자루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었을까.

그들은 깨진 부스러기들을 치우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런점에서 그들은 아몬드 초콜릿처럼 살아간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초콜릿안의 딱딱하고 단단한 내면, 아몬드 초콜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