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 아들

시리즈 블루픽션 63 | 최상희
연령 14세 이상 | 출판사 비룡소 | 출간일 2012년 6월 1일 |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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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한테 괜찮은 읽을거리가 도착했다. 왠만해선 먼저 책을 집어드는 법이 없는 아이여서, 항상 읽어보고 권해준다. 초입부터 반전있는 이야기, 허를 찌르는 듯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전광석화처럼 빠른 녀석을 협공작전을 펼쳐 드디어 생포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것은 고양이 포획 작전이였다. 오호~ 기발해. 이야기가 처음부터 이렇게 나의 빈틈을 공략하고, 재밌는 언어적 유희는 일필휘지로 거침이 없으니 기대만발이다. 완전 내 스타일이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꽂히면 몇 번이고 읽는 아이이기에(소설책이라고 해도), “이거 완전 재밌는데… 읽어 봐.”  왠지 아이에게도 자신있게 권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졸업 축하, 성장 대견, 엄마 가출. 이게 웬 논리 불명의 삼단 논법이냐?’ (p15)

엄마는 해외 봉사 단체에 근무하신다. 나의 초등학교 졸업과 함께 미루고 미뤘던 해외 발령을 더 이상 못 버티고 자장면집에서 개그프로 ‘생활의 발견’에서나 나올 법한  갑작스런 이별 통보를 한다. 엄마는 그렇게 ‘중국집 선언’ 일주일 후, 말이 일주일이지, 소설책에 등장하자 마자 아프리카로 떠나고, 엄마와의 이별로 찔끔 나온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갑작스런 이사가 결정되는 황당한 일들을 맞게 된다.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이것은 카페의 이름이다. 새로 이사 온 흉가. 아빠의 표현에 의하면 ‘오서독스’한 집의 아래층 이름이다. 카페의 이름 옆에 또 하나 ‘명탐정 고명달 사무소’ 간판이 함께 하고 있다. 나(고기왕 – 이름이다.)의 입학식과 함께 기습적으로 투잡을 선언한 아빠다. 그렇게 아빠는 명탐정이 되었고, 난 원하지도 않은 명탐정의 아들이 되었다. 현재로서는 집 나간 고양이나 개를 찾아주는 게 주업무랄까? 하지만 월세내고 전기세 내는 소중한 소득원이다.

 

실종된 고양이를 찾아 달라는 의뢰도 간간히 들어 와 늘 파리 날리던 카페에 드디어 의뢰인 오윤희가 찾아와, 사건다운 사건을 의뢰한다. 전 세계 딱 열 개만 만들어 낸 행운의 열쇠 ‘온리럭키’가 사라지고 동생이 수상쩍은 행동을 일삼자, 열쇠의 행방과 동생의 학교생활에 대해 조사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 오유리의 사망 소식이 들려온다.

 

오유리는 자살을 한 것일까? 아니면 사고사일까? 모두가 ‘자살’이라고 그렇게 규정지었지만, 우리 모두는 용의자임을 깨닫는다. 고기왕 역시 왕따를 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알기에, 자신을 믿어 준 친구 몽키와 아빠가 있었음을 알기에, 오유리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오유리 같은 애는 수도 없이 생겨날 거야. 밟히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밟아야 하는 걸 애들은 알거든.”

“왜? 왜 그래야만 하는거야? 왜 꼭 누군가를 짓밟아야 하는 거지?”

한송이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대답했다.

“나도 몰라. 하지만 우리 그렇게 배우지 않았니? 살아남으려면 약한 것들을 밟고 올라서야 한다고.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잖아. 그렇게 가르쳐 주고 이제 와서 잘못했다는 건 너무 하잖아.”

“…….”

“우린 배운대로 했을 뿐이야.” (p245)

 

문장들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특히 마지막 문장 “우린 배운대로 했을 뿐이야.”는 이명처럼 들려온다. 나 역시 중3 아들 놈을 키우고 있기에… 이런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같지 않다. 대구 자살 고등학생이 마지막으로 찍혔던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모습-쪼그려 앉아 우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눈물을 훔쳤던가? 어디서 내 아이가 저렇게 울고 있지는 않은가?

 

“어차피 경쟁 사회야.” 경쟁 사회임을 강조하며, 자꾸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 낸 최성희 작가의 팬이 될 것 같다. 명탐정답게 소설 속에 추리 소설에 관한 내용이 많은데… 이 여름, 그 책들을 찾아 읽고 싶다.